다른 사람의 잘·잘못을 따져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특별히 처신에 신중해야 한다. 판·검사나 경찰관,세무공무원,언론인 등의 직업윤리는 그래서 까다롭고 엄격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반사회에도 직책상 다른 사람보다 모범적이어야 하는 직급이 적지 않다.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회사나 법인체의 감사가 아닐까 한다.회사나 법인의 재산상황과 예산집행 및 결산 그리고 이사들의 업무집행을 감사하는 것이 책무인 만큼 스스로가 속임수와 부정과는 담을 쌓아야 하는 처지이다.
그러한 임무를 떠맡고 있는 감사들,더 자세히 말해서 16개 정부투자 및 재정지원기관의 감사 17명과 4개 사기업체 감사 4명 등 21명이 부인 7명까지 동반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국제감사관협회의 「2시간짜리 세미나」 참석을 이유로,14박15일의 유럽 6개국을 유람하는 호화여행을 했다니 경우에 심하게 어긋나는 일을 저지른 셈이다.
더욱이 그들은 여행경비마저도 1인당 1백30만원씩 초과지급받도록 공문까지 만들어 소속기관의 예산을 부당하게 지출토록 했고 그 초과경비의 일부인 1억3천여 만 원을 감사협의회 사무국장과 차장이 횡령토록 한 것이 들통이 나서 검찰에 구속됐다고 한다.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겼다가 낭패를 당한 것 같은 분노감을 느낀다. 이제까지 밝혀낸 한국감사협의회의 이같은 불법행위와 소속기관의 예산낭비는 4년 동안 12차례에 걸쳐 자행됐으며 그 액수가 7억6천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빙산의 일각은 아닐는지. 법인체나 기관의 예산집행과정과 집행결과를 캐고 따져 예산을 절감해야 할 업무를 맡고 있는 감사들이 그 반대로 예산낭비를 부채질하고 그 한몫을 자신들의 해외나들이에 허비할 정도였다면,기업체나 기관이 매년 결산기마다 언론매체를 통해 공시하는 결산공고에 대한 신뢰도 또한 어디까지 믿어야 할 것인가를 우리는 새삼 생각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인만큼 별의별 부정과 불법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지엽이고 말단적인 것들이면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그것들이 만일 근본적인 것이라면 그 사회는 뿌리가 흔들리는 병든 사회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강도가 급증하는 문제는 대처가 크게 어렵지 않으나 경찰관이 범죄조직과 유착관계를 가진다면 비록 한사람의 경우라 하더라도 의미하는 바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정부투자기관이나 재정지원기관이 비능률과 적자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현실에서 이같은 사건이 터져나왔다는 것은 매우 뼈아픈 질책이다. 이번 사건을 감사들을 감사하는 계기로 삼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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