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를 회상하면 가슴이 아플 정도가 아니라 뼈를 으깨는 통증같은 것을 느낀다. 6·25를 북침이라고 뒤집어 씌우는 북한과 동조세력들의 주장은 실로 용서할 수 없는 허구임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이 비극을 잊거나 애써 지워버리자는 세대가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네 가슴과 뼈속엔 민족의 고난이 아주 깊이 새겨있음을 감출 까닭이 없다. ◆『소련은 50년 5월 북한에 파견된 군사고문단을 전쟁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전원교체했다. 수석군사 고문은 스미르노프 소장에서 독일전쟁의 영웅인 바실리예프 중장으로 바뀌었다. 6·25남침 계획은 바로 이 소련고문단이 직접 초안을 작성한 것이며 그 명칭은 선제타격 작전계획이었다』 이 역사의 증언은 전 북한군 작전국장을 지낸 유성철씨가 한국일보 연재에 남긴 기록이다. ◆소련의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은 한·소 외무회담에서 이 증언을 간결하게 뒷받침하는 발언을 하였다. 『6·25전쟁은 당시 집권층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며,KAL기 사건은 자위권발동이란 측면도 있으나 무고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유감이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남침에 관한 한 더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역사의 진실은 억지와 속임수로 흐려지지 않는다. ◆소련 외무장관의 유감표명은 우리에게 또 다른 유감을 안겨준다. 민족 전체에게 형언할 수 없게 뼈아픈 상처를 남긴 전쟁의 참화를,불행했던 과거의 일로 너무 쉽게 짚고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태극기와 나란히 서울 거리에 나부끼는 낫과 망치의 소련기가 아직은 착잡하게 쳐다 보인다. 일왕이 남긴 「통석의 염」이란 말이 새삼 떠오른다. ◆외교언어를 풀이하는 우리 외무당국자들의 자세는 유연한 것인지 너그러운 것인지 분간이 잘 안 간다. 유감을 곧 사과로 받아들여 환영하는 분위기라니 아무래도 국민감정과 의사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과거에 대한 청산은 확실해야 한다. 그래야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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