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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농민들 새 영농법 도입 활발(해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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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농민들 새 영농법 도입 활발(해외경제)

입력
1990.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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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등 시장개방압력에 자구책으로/경작위탁·농업노동자 고용등/신기술 적용으로 생산성 극대화 기대/“태국·캘리포니아산 쌀과도 경쟁” 자부일본농민들은 농산물시장개방을 반대하는 한편 안으로는 농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개방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최근 폐막된 우루과이라운드 각료회의에서 처럼 농민단체나 정책 차원에서는 미국등 농산물수출국의 급격한 시장개방요구에 반발하며 개방시기를 늦추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은 새로운 영농방식을 도입,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가적인 기질을 가진 일부 농민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농업도 산업인만큼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며 일본농업 역시 국내외의 자유무역 추세에 발맞추어 시장경쟁원리가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들은 일본의 농업정책이 농민과 농업 보호라는 명분에만 너무 집착해 쌀의 생산과잉과 쌀가격 하락사태를 유발,농업발전을 정체시켰다고 주장한다. 또한 결과적으로는 젊은층의 대대적인 이농현상을 부채질하는 격이라고까지 비난하고 있어 일본을 농업선진국으로 본받아온 우리나라의 감각으로는 다소 의외이다.

천엽현 좌창시에서 토지개량사업을 하는 겸판우씨(71)는 이같은 신영농파의 대표적인 사람이다.

그는 일본 농업관계자 사이에서는 「세계에서 제일 큰 논을 가진 사람」으로 유명한데 『일본은 자동차나 텔레비전처럼 벼농사에서도 세계제일이 될 수 있다』며 『우리나라 농업의 장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말한다.

기후조건 등으로 노동집약적인 미곡생산지역인 동북아에서 쌀농사로 세계최고가 되겠다는 겸판씨의 포부는 허황돼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의 설득력이 있다.

그는 지난 79년 인번소 개량구내 각래공구 농업조합을 만들었다.

이 조합은 두세대의 젊은 농가에 경작을 집단으로 위탁하고 나머지 56세대 조합원에게는 지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경작농가의 일년수입은 1천만엔을 넘는다. 또한 경작농가는 조합의 최신예 농기구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고 조합은 이 돈을 농협으로 부터의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

이 각래공구에서는 원재료비·재배비를 합친 쌀생산비가 1㏊당 50만엔으로 지대를 지불하더라도 전국평균 1백40만엔에 비해 40%의 비용절감효과를 누리고 있다.

말하자면 대를 이을 영농후계자가 없는 고령농가에서 지주조합을 만들어 구획정리 등을 통해 경작권을 한데 모아 의욕있고 신기술에도 능한 젊은 농가에 농사를 위탁해 생산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일본 농업인구의 50%이상이 환갑을 넘긴 고령자인데다 벼외에도 다른 농사를 짓는 겸업농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이같은 집약적 위탁영농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겸판씨는 「맛있는 쌀을 싸게 생산해 비싸게 판다」는 3원칙중 이미 두 조건은 품종개량과 일본인의 뛰어난 상술로 해결됐기 때문에 생산비용만 더 싸진다면 외국쌀도 겁낼게 없다고 단언한다.

한편 벼농사 중심지인 부산현 복야정에 있는 농업생산법인 사카타니농산은 샐러리맨식 농법을 채택하고 있다.

사카타니농산은 주변의 농가토지를 빌려 청부경작하는 점은 각래공구 농업조합과 유사하나 「농업노동자」를 대거 고용한 점이 특이하다. 이 농산은 시장개방을 극복하는 열쇠로서 양질미를 꼽고 있는데 「유기농법·자연건조」라는 강점을 살려 「골드에이스」라는 브랜드를 붙여 쌀을 출하하고 있다.

사카타니농산은 연간 약 5백톤의 쌀을 생산,매출액은 약 3억엔으로 흑자를 계속 내고 있으며 브랜드명성이 더 쌓이면 태국이나 캘리포니아산 쌀과 경쟁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식물공장」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정강시 소록의 삼포농원은 「같은 채소를 1년내내 같은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파종에서 수확까지 약 3개월 걸리던 양상추·샐러드야채 등을 불과 1개월만에 대량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농민들은 컴퓨터를 활용한 화훼비즈니스,물고기양식기술의혁신 등을 통해 농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농업,특히 쌀시장에도 시장원리가 점차 도입돼 산지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국 농업협동조합연합회(전농)의 주도로 거래되던 「자주유통미」의 거래시장이 최근 동경과 대판에 개설돼 그동안 유지되어 오던 폐쇄적인 가격체계가 깨지기 시작했으며 농협의 연합조직인 경제련의 일부가 지정된 종자외에 특수종자를 비공식으로 사용하는등 기존의 농업체계에 변화가 일고 있다.

일본과 비슷한 발전과정을 겪은 우리나라 농업도 급변하는 국내외의 농업시장개편에 대비해 자생력을 갖추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하겠다.<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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