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르바초프 양정상의 모스크바선언은 정치적으로 큰 의의를 가지는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그에 못지 않는 의의를 가진다. 당초 한소 양국간의 관계개선이 경제협력 증진에 대한 기대에서 결정적 요인을 찾았다고 볼 때,앞으로의 양국간 협력은 상징적인 정치에서보다 실질적인 경제에서 더 긴요한 관계를 성립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14일 양국 정상이 채택한 선언문을 보면 『양 대통령은 경제·통상·산업·수송 분야에서 효율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심화시키고 선진과학기술을 교환하여 합작기업과 새로운 형태의 협력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양국 기업인을 각기 지원하고 호혜적인 사업의 개발과 투자를 환영한다』고 경제협력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협력의 방향은 이미 지난 9월에 있었던 양국간의 무역협정 가서명 때부터 예기되어 오던 것이거니와 14일에는 그 내용을 진일보시켜 한소 양국 사이에 무역협정을 비롯한 4개 협정을 정식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체결된 4개 협정은 무역협정,이중과세방지 및 투자보장협정,과학기술협력협정 등인데 이로써 양국 사이의 경제협력은 본궤도에 올라서게 되고 실무자들간의 확대회의를 거쳐 오는 1월중에는 협력방안의 대요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소경협자금 30억달러 중 19억달러는 차관형태로,6억달러는 소비재수출 결제대금으로 그리고 나머지 5억달러는 현금으로 각각 지원키로 하고 내년 1월까지 기업별 경협자금 분배 및 투자대상 지역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의 정상회담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던 경협내용에 대한 소련측 복안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소련의 희망사항이 어떤 것이 될 것인지 내년초로 예상되고 있는 실무자 접촉시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번에 체결된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소득세·법인세·주민세를,소련은 소득세·합작법인 이윤세,개인소득세를 이중과세방지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어,앞으로 한국투자자들은 배당 및 이자소득과 24개월 미만의 건설공사·기술사용료 등에 대한 과세를 면제받거나 저율로 과세받도록 된 셈이다.
또 투자보장협정에 의해서는 대소투자가 내국인 대우를 부여받아 소련인과 동일한 소건으로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원금과 과실송금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한소 경제협력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소련의 내국법과 관행을 사전에 철저히 조사·연구해야 할 줄로 안다. 협상전략 여하에 따라 법에 명시된 내용 이상의 이익을 보장받은 다른 나라 선례를 참작,서투른 협상전략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련은 투자파트너에게 제공하는 토지나 자재를 항상 과대평가하고,상대방이 제공하는 기술·장비 등 기여분을 과소평가함으로써 투자현금의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다. 그러나 어떻든 한소간의 경제협력은 두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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