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족집게처럼 명석”/레닌그라드 시장 “이번 방소 역사적 사건”/메드베데프 내외 귀국 전까지 수행 “예우”○“소련인들 체면 중시”
○…방소 4일째를 레닌그라드시에서 맞은 노태우 대통령은 16일 아침(현지시간) 숙소인 네바강변에 자리잡은 레닌그라드시 영빈관에서 수행기자단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이번 방소의 소감과 성과에 대해 소상히 설명.
노 대통령은 이날 55분간 계속된 간담회에서 『이번 방문을 통해 체제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이구나를 실감했다』며 『소련은 자랑스런 역사와 문화의 전통을 갖고 있고 풍부한 자원도 있어 체제만 좋았으면 무척 잘사는 나라가 되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소련사람 스스로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었다』고 소개.
노 대통령은 이번 방소의 하일라이트였던 14일 양국정상회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통일정책을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하나하나 설명하려고 마음먹고 준비를 했는데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내 생각을 다 아는 듯 통일은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내가 할 이야기를 정리해 먼저 이야기하는 바람에 따로 이야기할 필요도 부탁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며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해력도 빠르고 문제핵심도 족집게처럼 집어내는 명석한 지도자였다』고 평가.
노 대통령은 이어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다 듣고 나니 서로 통하는 바가 많아 수십 번 만난 사람 못지않게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며 『사람들은 러시아인들이 잘 속인다고 하나 마음이 통하면 모든 것을 다 벗어주고 신의를 제일 중요시 여기는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피력.
양국간 경제협력문제가 화제에 오르자 노 대통령은 미묘한 부분이라고 감지한 듯 『경제협력이란 것이 무상으로 이루어진다고 생각지 말라』고 손을 내젓고는 『소련사람들은 체면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무상은 준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이날 조찬간담회에는 최호중 외무,박필수 상공,김진현 과기처 장관 및 김종인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이수정 공보수석비서관,김종휘 외교안보보좌관 등 공식수행원이 모두 참석했는데 노 대통령은 간담회가 끝난 뒤 공로명 주소 대사를 가리키면서 『여기 와서 고생 많이 했는데 우리 모두 함께 박수를 쳐 주자』고 제의해 참석자 모두가 박수로 그 동안의 노고를 위로.
○수행원과 박물관 관람
○…노태우 대통령 내외는 방소 마지막 일정으로 레닌그라드의 에르미타쥐 박물관을 방문,1시간반 동안 소장품을 감상.
노 대통령은 공식수행원과 함께 박물관에 도착,슈스로프 박물관장의 영접을 받고 방명록에 서명한 뒤 전시관을 돌아봤다.
에르미타쥐 박물관은 영국의 대영박물관,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과 함께 세계3대 박물관으로 소장품 1점당 1분씩 관람하면 모두 5년이 걸릴 정도로 많은 동서양의 유물,미술품,각종 세공품 등이 소장돼 있다.
하오 5시20분 박물관 시찰을 마친 노 대통령 내외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위원회 위원 내외와 각각 동승하여 풀코보 공항으로 향발,귀국 길에 올랐다.
○「수호기념비」에 헌화
○…노태우 대통령은 일요일인 16일 상오(현지시간) 레닌그라드 시내 승리의 광장에 있는 레닌그라드 수호기념비에 헌화,지난 41년부터 45년까지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봉쇄작전에 대항해 기아 속에서도 이곳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레닌그라드 시민들의 넋을 추모.
노 대통령은 이날 상오 10시10분 수호기념비 앞 광장에 도착,레닌그라드지역 제1부 사령관과 기념비 관리소장의 영접을 받은 뒤 기념비 연혁을 설명 듣고 곧바로 수호용사 기념동상으로 가서 헌화.
○영빈관 오찬회 참석
노태우 대통령은 16일 낮 아나톨리·소프차크 레닌그라드 시장이 영빈관에서 주최한 오찬에 참석,새 시대를 맞는 한소 양국의 굳은 의지를 다짐.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찬답사를 통해 『한국의 대통령이 역사상 처음 이 도시를 방문한 것은 냉전의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실증하는 것』이라며 『다시 세계로 열린 레닌그라드가 한소 두 나라간의 새로운 시대를 힘차게 이끌어 가기를 기대한다』고 피력.
노 대통령은 『푸슈킨이 찬미했던 유럽을 향해 창을 열었던 도시 레닌그라드 그 활달한 개방성으로 러시아의 근대화를 이끌었다』고 지적하고 『언제나 새로운 역사를 선도해온 레닌그라드가 페레스트로이카를 승리로 이끄는 향도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축배를 제의.
이에 앞서 소프차크 시장은 오찬사를 통해 『노 대통령의 이번 방소는 역사적 사건으로 양국관계 발전뿐 아니라 동아시아를 위해 공헌할 것』이라고 말하고 한국과의 합작투자 등 경제협력 증진에 기대를 표명.
○요페 물리연구소 시찰
○…노태우 대통령은 16일 상오 소련물리학의 산실인 요폐물리기술연구소를 방문,아페로프 소장으로부터 연구소의 역사와 연구현황,한국과의 협력가능 분야 등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전시실을 시찰.
아페로프 소장은 『소련 최고의 물리학자로 <물리학의 어버이> 로 불리는 고 요페 박사가 1918년에 설립한 이 연구소는 현재 반도체,광학,전자공학,고체물리학,초전도체,핵융합,천체물리학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이 연구소에서 지금까지 4명의 노벨상 수상자,60여 명의 소련과학아카데미정회원,30여 명의 레닌상(소련 최고의 과학기술상) 수상자를 배출했다』고 소개. 물리학의>
아페로프 소장은 또 한국과의 협력관계를 설명하면서 『현재 대우와 합작사업을 하고 있으며 서울대와도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했다』면서 『소련의 처만과학기술과 한국의 상품화 기술간의 협력을 위해 한소공동학술연구센터를 설립토록 하자』고 제의.
○김 여사,환영동포 격려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는 16일 상오 레닌그라드 시내에 있는 러시아정교 이삭사원을 관람하고 환영나온 한인동포들을 격려.
이날 상오 10시30분부터 약 30분간 부치코프 원장 안내로 사원을 둘러보는 동안 김 여사는 소브체크 레닌그라드 시장 부인과 가끔 사원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 담소를 나누기도.
김 여사는 특히 거대한 유리벽화 앞에서는 이 벽화의 제작과정에 대해 관심을 표명.<레닌그라드=이종구 특파원>레닌그라드=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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