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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내·외신 회견 연설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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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내·외신 회견 연설 요지

입력
1990.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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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 방문은 성공적이었고 나는 그 성과에 매우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짧은 일정의 방문이었으나 그것은 역사적이며 양국 국민에게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안겨주는 큰 발걸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세계의 고무적 변화를 상징하는 한국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은 아시아·태평양과 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더 평화로운 세계에 대한 기대를 심어 주었으리라고 믿습니다.

한국의 국가원수가 역사상 처음 소련을 방문하고 한소 정상회담을 갖는 현실 자체가 놀라운 변화인 것입니다. 어제(14일) 나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서명,발표한 공동선언은 한소 두 나라간에 그리고 한반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평화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장전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과 소련이 오랜 냉전시대를 종식하고 새 시대를 열고 있음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한소간에는 86년간의 단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식민세력의 침략과 냉전의 대결 때문이었습니다.

냉전체제로 민족이 분단되고 전쟁의 비극을 겪는 등 한국 국민처럼 냉전체제로 고통받은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남북으로 갈린 부모형제들은 편지 한 장,전화 한 통화를 교환할 수 없고,생사와 거처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분단의 비극이 지금 이 시각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소 관계의 급속한 진전은 한반도의 냉전적 대결구조에 중대변화가 일고 있음을 뜻하는 것입니다.

나와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냉전체제 지양에 관해 의견을 나누는 등 매우 유익한 회담을 가졌습니다. 우리 두 사람은 몰타 미소 정상회담 등에서 이룬 평화와 협력의 질서가 한반도와 아태지역에서도 이루어져 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한소 관계발전과 양국 정상회담은 우연이 아니고 역사의 물결이 가져다 준 필연적 귀결이며,나의 북방정책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페레스트로이카가 합치한 데서 맺어지고 있는 결실입니다.

나는 소련이 우리와의 관계처럼 북한과의 기존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하며,우리도 북한과 대결상대가 아닌,함께 발전해 가는 동반자의 관계를 이루어 나가려 합니다.

한소간에는 한국전쟁,소련 공군기에 의한 우리 여객기의 격추 등 불행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양국은 이제 지난 시대의 불행과 어두움을 씻고 선린우호의 밝은 시대를 함께 열어 가기로 했습니다.

두 나라는 무한한 협력의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특히 양국의 경제구조는 상호보완적이어서 교역과 경협의 확대는 두 나라 모두의 번영에 기여할 것입니다.

한국 경제는 개발기술·경험,소비재 생산능력 등 소련이 필요로 하는 많은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 소련은 광대한 국토,풍부한 자원,넓은 잠재시장을 갖고 있으며 그리고 소련의 첨단과학기술은 우리의 발전을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소련이 필요로 하는 각종 소비재를 공급하고 또 이러한 소비재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합작투자를 통해 소련에 건립하는 데 장기신용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 조처를 취할 것입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소련의 첨단과학기술을 상용화하는 데에도 적극적 자세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소련과의 협력증진에 적극적이며,각종 협력사업이 가시화됨에 따라 소련국민은 한국이 소련의 개혁에 적극 기여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양국간 교류협력관계는 비단 경제분야에 그치지 않고 정치,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칠 것입니다.

최근 불쇼이발레단과 레닌그라드 교향악단의 한국공연에는 열렬한 갈채가 뒤따랐습니다. 새로 열린 선린우호의 가교를 따라 양국 국민의 이해와 우정은 깊어 갈 것입니다.

「사이좋게 같이하면 무거울 것이 없다」는 러시아 속담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한국속담처럼 한소 양국은 서로 협력해 나갈 것입니다.

나는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해 높은 찬사와 지지를 보냅니다. 그것은 인류에게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있으며,그것은 소련의 더 큰 발전과 번영을 위해서도 필연적으로 이루어야 할 일입니다.

가난과 전쟁폐허로부터 불과 30년 만에 발전의 활력이 넘치는 신흥산업국을 이룬 우리 경험에 비추어도,나는 다원적 사회와 시장경제가 발전의 지름길임을 확신합니다.

나는 위대한 소련국민이 그 과정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페레스트로이카의 승리를 성취,민주주의와 번영의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을 믿습니다.

나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빠른 시일 안에 한국을 방문해 주도록 초청했습니다. 나는 나와 우리 일행을 환대해 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소련국민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모스크바의 12월은 서울보다 춥지만 이곳에서 나의 가슴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뜨거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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