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IMEMO 수석연구원 자고르스키 인터뷰/일 처럼 천연자원개발 치중땐 환영못받아/첨단기술·상업화솜씨 결합하는 형태 필요/30억불협력 한국사정비추어 벅찬건 사실소련은 앞으로 한국과의 경제협력문제에 있어서 정부 베이스보다는 민간부문에서 유대를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소련은 또 기초과학분야에서의 우수한 기술을 한국의 상업적 아이디어와 접목시키는 형태의 조이트벤처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련의 싱크탱크인 세계 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의 일본·한국담당 수석 연구원겸 차장인 알렉세이·자고르스키박사(33)는 15일 본보기자와의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은 견해를 밝히면서 소련과 한국간의 진정한 경제협력은 앞으로 상당한 시일에 걸쳐 신중하게 진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본보기자와의 일문일답내용.<편집자주>편집자주>
이번 노태우고르바초프 정상회담에서는 이중과세 방지협정 등 경제협력에 상호 노력할 것을 합의했는데 앞으로 한소양국의 협력방향은.
『한국과 소련의 경제협력분야를 보면 우선 과거 일본과 소련의 초창기경제협력시대를 연상케한다. 당시 일본은 소련의 천연자원개발에만 관심을 둔 반면 적극적인 투자는 없었다. 한국 역시 일본과 마찬가지로 천연자원의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한 인상이나 이는 장기적으로 볼때 양국의 경제수준을 발전시키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
한국은 우선 소련이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기초과학 분야에서 상업적 기술을 응용,합작기업을 설립하는 방법에 관심을 두어야할 것이다』
한국기업인들은 루블화의 불태환성 등으로 아직까지는 소련에 진출하기를 꺼리는데.
『아시다시피 현재 소련경제는 과도기에 있다. 통화·금융 등 경제전분야에 걸쳐 과거 사회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동맥경화증에 걸려 효율적인 경제정책 및 이의 시행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선 한소는 정부간 보다는 민간차원에서 경제협력을 해야할 것이다. 소련내에 합작기업을 설립,제3국에 수출하는 방법등을 구체적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소련경제는 언제쯤 시장경제로 전환될 것인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난번 소련최고회의에서는 샤탈린의 5백일 개혁안이 채택되지 않았다. 정부내 경제부처에는 아직도 많은 보수파들이 잔존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 갈수는 없다. 구체제의 유산을 청산하고 고르바초프집권이후 실시된 페레스트로이카의 잘못된 운영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련은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 등과 손을 잡고 세계경제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소련의 어떤 분야에 투자를 해야하는가.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꼬집기는 어렵지만 민간부문에서는 제3국에 수출할 수 있는 부문에서 서서히 신중하게 투자해야할 것이며 대규모 프로젝트는 정부차원에서 뒷받침을 할 수 있어야 된다』
소련은 한국의 경제능력을 어느정도로 평가하고 있는가.
『한국경제는 실제보다 과장되게 평가받고 있는 면이 있다. 한국이 세계 10대교역국의 일원이지만 아직 일본을 따라가기에는 갈길이 멀다. 한국이 30∼50억달러규모의 경협자금을 소련에 제공한다지만 한국의 경제규모로 볼때 벅찬 면이 있다. 소련으로서는 경화가 필요한만큼 그규모가 크면 클수록 좋겠지만 한국역시 정부차원보다는 민간차원에서 협력자금을 제공하는 편이 양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줄로 안다』
소련의 노동력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물론 교육수준은 전체적으로 어느 일정한 수준이지만 질적으로는 떨어진다. 또 소련노동자들은 과거 사회주의체제에 익숙해 생활방식이 한국이 생각하는 것보다 매우 다르다. 양질의 노동력이 합작사업에는 중요한 요소이나 소련노동자들이 준비를 갖추려면 시일이 필요하다』
소련은 나홋카등에 특별 경제구역을 설정,외국기업을 유치하려고 하는데.
『외국기업이 소련에 투자를 하면 경화와 서방 경영방법을 필요로 하고 있는 소련으로서는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경제특구를 만드는데 있어서는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등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체제로서 과연 얼마나 많은 외국 기업들이 모험을 무릅쓰고 투자할지 궁금하기만 하다』
소련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은.
『시장경제밖에 없다.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체제를 갖추고 질서정연하게 개혁을 해야할 것이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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