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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타이어 윤화의 주범(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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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타이어 윤화의 주범(사설)

입력
1990.1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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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위를 「과속」으로 질주하던 버스는 앞바퀴에 낀 「재생타이어」가 펑크나면서 순식간에 한강물에 곤두박질하였다. 지난 88년 4월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천호대교 버스추락참사의 당시 보도내용의 요약이다.끔찍했던 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었으나,윤화의 단골메뉴 격인 과속과 더불어 재생타이어가 꼽힌 것이 다시 한 번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때 교통부는 대형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버스의 앞바퀴에 재생타이어를 쓰지 말도록 행정지시를 내렸다.

비록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제대로 고칠 줄 알았는 데 사실은 그게 아니다. 서울 시내버스의 절반 가까이가 경비를 줄인다는 이유로 여전히 재생타이어를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의하면 버스업체들은 예상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값싼 맛만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버스업체들이 「재생」을 애용하는 까닭은 수지 타산만 밝히는 까닭임이 분명하다. 새 타이어에 비해 재생은 절반 값을 밑돈다고 한다. 설마하니 큰 탈이야 날랴 싶어 당장 이익이 남는 값싼 비지떡 쪽에 기대는 것이다.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영리욕이다. 교통사정은 그렇잖아도 날로 악화되어 간다. 사고위험은 어느 때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 재생타이어의 사용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거나 다름없다.

값이 싼 비지떡만 좋아하다 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대형사고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 달콤한 수익의 단물을 마시다 보면 무서운 대가를 치를 위험이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대중 교통수단은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버스업체들의 손익계산이 어려운 상항에 있다고 하나,그렇기 때문에 어리석고 무모한 운행을 감행한다는 것은 용서받을 수가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재생타이어 제조의 상당 수량을 무허가 업체가 맡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현기증을 일으킬 만하다. 이래저래 「안전」은 완전히 뒷전에 밀려있는 셈이다. 그런대로 큰 탈이 안 나고 굴러가면 그만이라는 우리 사회의 타성이 여기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음이 드러난다.

버스업체도 그렇지만,행정지도를 맡고 있는 교통당국의 무신경 또한 한심스럽고 노여움을 불러일으킨다. 대형사고가 나야 북새통을 떨고 책임을 따지고 대책을 세우기에 부산한 척한다. 그러나 그때뿐이다. 적당히 시일이 지나면 무슨 일이 있었느냐 하는 자세로 아주 태연해져 버린다.

채산성을 따지는 버스업체가 안전에 느슨해질수록 행정지도와 감독이 그 공백을 막아야 한다. 교통질서의 확립은 대로에서만이 아니라 출발점에서 다그쳐야 할 것이다. 재생타이어의 사용뿐 아니라 정비·점검이 확실하게 이뤄지면 윤화의 공포는 한결 덜어질 것으로 믿어진다. 원칙이 지켜져야 질서가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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