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뇨크지 부국장 회견/뒷돈 안주면 식당에서도 푸대접받아/병사들 개혁지지… 쿠데타 불능/발트국 진통커도 독립 불가피소련의 장래를 결정지을 제4차 인민대표대회가 17일 개막된다. 신연방조약을 논의하고 신임부통령 선출과 총리교체 등 정치구조 개편문제를 다룰 이번 대회는 지난 85년 페레스트로이카정책 추진 이후 계속돼온 정치·경제개편을 마무리짓고 새 체제를 정착시키는 무대라는 점에서 소련역사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배경에서 본보는 소련의 급진개혁파 주간지 아가뇨크(등불)지의 블라디미르·니콜라예프 부국장(65)을 만나 이번 대회의 전망을 통한 소련의 장래에 대해 특별회견을 가졌다. 전소 작가동맹 위원이기도 한 니콜라예프 부국장은 27년간 언론인으로 종사하면서 미국주재 특파원을 역임했고 문학·예술분야에도 정통한 다채로운 경력의 지식인이다. 다음은 회견내용이다.<편집자주>편집자주>
우선 이번 제4차 인민대표대회에 대해 전망을 한다면.
『아시다시피 발트3국과 아르메니아공화국 등은 이미 신연방조약의 체결을 거부했다. 원래 슬라브민족의 중심인 러시아공화국이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주목된다.
역사적으로 볼때 발트3국은 과거 러시아가 강제로 병합했으며 이제는 민족자본의 원칙에 따라 독립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발트3국이 쉽게 독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신연방조약 채택은 따라서 이들 공화국들과 연방정부간의 끈질긴 줄다리기속에서 상당한 진통을 거듭할 것이 예상된다』
부통령제 신설 및 총리의 교체 등 정부조직의 개편으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권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소련의 민주주의는 아직 어린 아이가 걸음마를 하는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소련에서는 공산당이 아직도 권력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이렇다할 야당세력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투쟁은 오직 일정한 테두리안에서 극우냐 중도냐 극좌냐 하는 논쟁이 될 수 밖에 없다. 고르바초프의 권력이 강화된다고 해도 변할 것은 하나도 없으니 그 권력의 강화가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는 않는다』
총리에는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이,부통령에는 나자르바예프 카자흐공화국 최고회의 의장이 지명되리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
『누가 어떤 자리에 앉건 변할 것은 없다. 다만 리즈코프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환영할만 하다. 그는 군수산업분야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보수파로 소련의 개혁에 장애가 되는 인물이다』
일부에서는 개혁에 반발하고 있는 소련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는데.
『소련군의 구조를 보면 장군수가 엄청나게 많다. 이는 바로 쓸데없는 권력추종자들이 국민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것이다. 이런 장성들이 반란을 일으킨다고 휘하의 병사가 이를 지지할 리는 만무하다. 젊고 유능한 장교들이 소련군에는 많고 이들은 개혁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소련은 최근 극심한 식량난등 경제난국에 빠져 있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소련에는 역시 너무나 많은 경영자들이 있다. 이들은 공장등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자리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체제의 안주세력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이들에게 개혁은 바로 실직이며 죽음이다. 따라서 올해 풍년이 들었는데도 곳곳에서 이들과 같은 사람들이 식량의 수송을 막아 창고에서 식량이 썩어가고 있다. 현재로서는 시장경제만이 마지막 살 길이다』
앞으로 소련의 장래는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
『누가 알 것인가. 소련은 정치·경제·도덕의 3대 위기에 처해 있다. 물론 정치·경제 위기는 개혁파와 보수파들간의 갈등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는 사회가 민주화되면 저절로 치유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더욱 무서운 것은 도덕의 위기다. 소련의 어디를 보아도 부패가 만연하지 않은 곳이 없다. 줄서기를 아무리해도 바로 눈앞에서는 뒷돈을 주고 물건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식당에를 가도 돈이나 다른 무엇을 주어야 대접을 받는다. 식당주인은 또 식료품상 주인에게 뇌물을 주고 그 뇌물은 다시 식당주인에게 되돌아오는 부패와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소련이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면 이같은 위기는 해소되지 않겠는가.
『소련은 70여년동안 사회주의국가였다. 민주주의의 경험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시행착오를 하고 있지만 그 시행착오가 또 다른 착오를 낳고 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자리를 잡기에는 얼마나 세월이 흐를지 모르겠다. 다만 희망이 있다면 언론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레스트로이카를 해서 잘 된 것은 언론밖에 없다. 국민들의 의식을 각성시키고 사회의 등불역할을 하는 언론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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