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상오 서소문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이일규 대법원장의 정년퇴임식은 시종 숙연한 분위기였다.상오11시30분 이대법원장이 오른손을 가볍게 흔들며 입장할 때만해도 식장에 참석한 재경법관 3백여명은 명예롭게 정년퇴임하는 법조 대선배에 대한 축하와 존경심으로 다소 들떠보였다.
그러나 후임 대법원장인 김덕주대법관 등 대법관 13명이 단상에 좌정한 가운데 이대법원장이 『오늘로써 이 사람은 정년으로 대법원장직으로 물러나게 됐습니다』라는 인사를 시작으로 10여분간 퇴임사를 낭독하자 장내는 이내 숙연해졌다.
『지난 51년 판사로 임명된 이래 85년 대법관 정년으로 잠시 물러났다가 88년7월 대법원장에 임명돼 37년간 법원에서 지내다보니 목석같은 이 사람일지라도 감회가 교차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 목석이라고 표현했지만 평소 주위에서 「통영 대꼬챙이」라고 부를 만큼 감정표현에 엄격하기로 소문났던 이대법원장은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지나간 발자취를 회고했다.
퇴임사가 거의 끝날 무렵 『이제 15년간 정든 대법원 건물을 떠나며 평생토록 지니고 있던 영광스런 법관직에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몸은 비록 떠나더라도 마음만은 언제나 법원의 한 사람이라는 긍지를 가지고 여생을 보낼까 합니다』라는 대목에서는 고희의 이 목석 법관도 말을 잇지못하고 끝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후배법관들에게 『법원을 자기몸같이 아끼고 사랑해 국민이 믿어주는 성스러운 곳이 되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한 이대법원장은 도로 자리에 앉아서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대법원장은 이어 본관 앞에서 기념촬영한 뒤 도열한 법관,직원들과 작별의 악수를 나누고 정든 대법원을 떠나갔다.
「엄격한 어른」의 눈물을 목격한 법관들은 『그토록 법원을 사랑하고 사법부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애썼으니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일규시대는 우리 사법부를 되살린 시기였다』고 회고했다.<홍윤오기자>홍윤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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