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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고르비 정상회담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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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고르비 정상회담 안팎

입력
1990.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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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판 소 개혁 소개 책선물에 「고」 흡족/선언 서명후 샴페인 들며 자축 건배/고 “노대통령은 문인다운 표현… 나는 정치인답게”/푸슈킨 시 인용 연설·소련어 인사에 학생들 박수○…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역사적인 모스크바정상회담은 14일 상오 11시1분(한국시간 하오 5시1분) 크렘린궁내의 소련연방최고회의 건물 4층 대통령회의실인 올드 레드룸에서 개막.

노 대통령은 올드 레드룸의 왼쪽 문을 통해,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오른쪽으로 난 문을 통해 각각 회의장에 들어서 회담용 장방형탁자 중앙부분에서 반갑에 악수를 교환.

노 대통령이 먼저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를 건네자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밤새 편히 지내셨느냐』고 물었고 이에 노 대통령은 『아주 편안하게 잘 지냈습니다』라고 대답.

양국 대통령은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받고 잔뜩 웃음을 머금은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잠시 포즈.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어 장방형탁자의 중앙에 위치한 대통령 좌석에 마주앉아 단독정상회담을 시작.

노 대통령은 본격회담에 앞서 고르바초프의 얼굴사진이 큼지막하게 표지에 실린 <페레스트로이카> 한국어판 책1권을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선물.

이를 받아든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만족한 표정으로 익살스럽게 웃은 뒤 『사진을 보니 최근 것 같다』면서 노 대통령에게 감사의 악수를 청하며 환한 모습.

대통령은 이에 『최근 한국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이 바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이 책』이라고 소개한 뒤 본격회담에 돌입.

이날 단독회담에는 우리측에서 김종휘 대통령외교안보보좌관이,소련측에서 체르니아예프 자본주의담당외교보좌관만이 배석.

양국 정상은 단독회담이 끝난 뒤 양측 각료 등을 회의장 안으로 불러들여 곧바로 확대정상회담을 진행.

○감사악수 청하며 웃어

당초 이날 회담은 크렘린궁내 에카트리나홀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17일부터 시작되는 소련인민대표자대회 준비관계로 분주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사정에 따라 올드 레드룸으로 변경한 것.

회담장의 테이블 위에는 미네럴 워터와 과일주스 등 약간의 음료와 필기도구 등이 준비되어 있었고 한글과 러시아어로 양면에 표기된 회담참석자들의 명패가 놓여 있었는데 양국 대통령의 경우도 일체의 존칭없이 <노태우> , <고르바초프> 라고만 적여 있어 이채.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크렘린궁 회담장 바로 옆방에서 「대한민국과 소비예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간 관계의 일반원칙에 관한 선언」에 서명하고 한소 양국 기자의 질문을 받은 뒤 샴페인을 들며 양국간 「모스크바선언」을 축하.

공동선언 서명식장에 양국 수행원을 대동하고 입장한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한국어와 러시아어로 된 모스크바선언에 각각 서명한 뒤 선언문을 서로 교환하고 악수를 교환.

이어 자리에서 일어난 양국 정상은 테이블에서 기자들 앞으로 나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 뒤 한소 양국 기자 각 1명으로부터 약 10여 분 간 질문을 받고 답변.

○“남북한 협력 도울 것”

먼저 소련의 여 기자가 회담의 의의를 질문하자 노 대통령은 『지난번 샌프란시스코회담이 얼음을 깨는 회담이었다면 이번 회담은 자유와 번영,협력의 씨앗이 뿌려지고 멀지 않아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을 확신하는 회담이었다』고 평가.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문인다운 표현으로 답변했으나 나는 정치인답게 얘기하겠다』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뒤 이번 회담의 의미,양국간 협력문제를 상세히 설명.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전망이 밝다고 전제하면서도 『남북한간에 서로 논의하고 협력하면 소련은 옆에서 도울 것』 『한국과 협력하는 것과 같이 그런 관계를 북한과도 가질 것』이라고 조짐스레 답변.

그러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방한 시기와 북한의 핵안전협정 가입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한국기자들의 질문에 『노 대통령의 방소는 샌프란시스코회담의 합의사항(양국 정상 교환방문) 실현의 시작이며 노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깊은 사의를 표한다』고 말하고 『적절한 시기를 택할 것이나 너무 멀리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며 내년 봄께의 방한의사를 분명히하기도.

○“공영의 한지붕 첫발”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문제에는 바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핵무기 확산반대> 라는 소련의 입장을 다시 밝혀 이 문제에 대한 소련의 시각과 입장을 재확인하고 『노 대통령과 한국민의 염원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한반도문제가 깊숙이 논의됐음을 시사.

노 대통령은 이날 비교적 고르바초프 대통령보다는 짧게 답변했는데 회담을 끝낸 소감을 『이번 회담은 역사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다』면서 『서울에서 이곳에 오는데 10시간 남짓 걸렸으나 역사적으로 보면 86년이 걸려 오게 됐다』고 설명하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유럽에서 파리선언을 이룩했으며 오늘 회담에서 채택한 공동선언은 동북아도 평화와 협력,공존과 공영의 한지붕으로 들어가는 시발이 될 것』이라고 평가.

○동시통역으로 진행

○…노 대통령은 이날 하오 3시40분(한국시간 하오 9시40분) 모스크바대로 가 「냉전의 벽을 넘어,평화와 번영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40여 분 간 연설한 뒤 이곳 학생들과 즉석 일문일답.

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의 개발경험과 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한국국민의 메시지를 전하고 페레스트로이카의 성공과 한반도 평화,아태지역의 번영을 위해서는 한소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

노 대통령은 특히 푸슈킨의 시 가운데 한 소절을 인용,『우리 국민은 우리 두 나라의 새로운 만남을 푸슈킨이 노래한 「기적의 순간」처럼 경이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해 학생들로부터 박수.

노 대통령은 「모스크바여,영원하라」는 말을 러시아어로 「마스끄바,베치나야 찌베슬라바」라고 하면서 연설을 끝맺었는데 이 대목에서 가장 큰 박수가 장내를 진동.

노 대통령은 우뢰와 같은 박수 속에 단상에 올라 『강의에 앞서 너무도 감격했기에 몇 말씀 드릴까 한다』고 말문을 연 뒤 본격적인 연설에 앞서 모스크바대에 들러 느낀 소감을 간단히 피력.

노 대통령은 『이곳이 아주 추운 곳이라해서 두꺼운 내의를 껴입고 왔는데 이렇게 따뜻한 날씨인 줄은 몰랐다』며 『그 원인은 바로 이곳에 있으며 이 모스크바대에 있는 여러분들의 민주주의를 향하는 페레스트로이카의 열기를 뜨겁게 느낀 때문』이라고 강조.

노 대통령은 이어 『이 열기는 모스크바보다 훨씬 남쪽에 있는 한국보다도,구라파의 남쪽보다도 오히려 따뜻이 느껴진다』며 『옛날에 누가 「철의 장막」이라고 얘길했지만 샅샅이 둘러봐도(철의 장막은) 하나도 볼 수 없었다』고 말해 또 한차례 박수.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부인 김옥숙 여사 및 수행원들과 함께 로구노프 모스크바대 총장의 소개로 2층 대강당을 빼곡히 메운 청중들을 향해 가벼운 목례로 인사.

로구노프 총장은 『여기 아주 귀중한 손님인 노태우 한국 대통령을 여러분께 소개한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다시 한 번 박수로 맞았고 노 대통령도 일어서서 답례.

이날 모스크바대 연설은 재소교포인 유학구씨의 동시통역으로 진행됐고 청중들은 헤드폰을 낀 채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연설을 경청.<모스크바=이종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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