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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사건과 알 권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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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사건과 알 권리(사설)

입력
1990.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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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특정강력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에 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실명 또는 인적 사항을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의 보도를 전면금지시키는 조항이 추가됐다고 한다. 이 조항은 민자당이 법무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발의한 것인데,피해자나 증인을 보호하려는 취지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이를 어긴 언론사 책임자를 형사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한마디로 고약스럽다.먼저 궁금한 것은 이미 언론사 스스로가 신문윤리 강령을 제정해 특정강력사건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를 보호하는 데 자율적으로 나서고 있는 마당인데 왜 남용과 언론탄압의 소지가 많은 형사처벌조항을 서둘러 추가삽입했는지이다. 지금은 날로 급증하는 강력사건에 시달리다 못 해 전면적인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중인 시점이다. 그래서 국론을 결집하고 지지부진한 범죄소탕에 매달리기에도 틈이 없을 터인데 엉뚱하게 그런 법안이나 내놓아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저의를 이해키 어렵기도 하다. 우리의 과거 정치사가 인권탄압은 물론이고 언론의 수난사와도 겹쳐 있었고,지금도 그 잔재가 남아 「잘하면 제 탓,못 되면 언론 탓」으로 돌리는 풍조가 없달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형사처벌조항의 삽입이 혹시 그런 발상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의심을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조항을 구체적으로 따져봐도 이 조항은 문제가 있다. 「살인 강도 강간 유괴 범죄단체조직에 관한 범죄로 수사 심리중인 사건에 있어서 성명 연령 직업 용모에 의하여 피해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을 정도의 사실이나 사건을 신문이나 출판물에 게재하거나 방송하지 못한다. 이 규정을 어겼을 경우 신문 잡지의 편집 책임자나 방송 책임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내용은 강력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을 마치 사건을 저지른 범죄집단이나 강력범과 같은 범주로 보는 것만 같다.

또 이 조항이 시행될 경우 형사처벌조항을 내세워 사건보도에 사사건건 혐의를 걸 경우 사건기사 보도는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위기를 맞게 된다.

정부의 시각과는 달리 언론도 자율규제 속의 사건기사 보도를 통해 유사한 범죄의 확산을 막고,당국이나 시민들에 경각심을 높이면서,공권력의 집행과 대처를 국민을 대신해 감시하고,범죄소탕에 범국민적 역량을 결집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있음을 여당과 당국도 알아주기 바란다.

현행법에는 이미 피의사실 공포죄조항도 있다. 하지만 이 조항도 공판 전의 피의사실 공표목적이 피해자나 피의자의 인권보다 공익이 앞선다고 판단될 경우 그 위법성이 저각되어온 게 판례였는데,새삼 특례조항을 삽입하려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많고 시대역행적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와 민자당이 조항추가에 문제점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철회할 움직임이라니 다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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