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굴·아웅산·KAL기 사건 등 통렬공박/연총리 “회담보다 더 중하냐” 방소 비아냥/북 기자들 기습취재 “사과”불구 “한건 했다”으쓱○…제3차 고위급회담 이틀째회의는 상오 10시부터 10여분간의 환담에 이어 곧바로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첫 회의의 의견차이와 북한 기자들의 독자행동문제 등 때문인지 딱딱한 분위기.
회의는 양측 총리가 20분씩 기조연설을 한뒤 주로 수석대표들간의 토론형식으로 2시간10분간 계속.
이날 회의는 전날의 기조연설에서 예상됐듯이 최대 쟁점인 불가침선언 부분에서 강도높은 설전을 벌였는데 강영훈 총리가 정치학박사답게 「전문적사례」까지 열거해가며 「훈계」했다는 후문.
강총리는 연총리가 『남측서 기본합의없이 선언만하면 불가침선언 자체가 휴지화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기본합의선언도 마찬가지로 휴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게 아니냐』고 따지자 『불가침선언이란 상호 믿음을 전제로 성립되는 것이며 이같은 상호믿음을 위해 기본합의를 하자는 것 아니냐』고 즉각 반격에 나섰다고 참석자가 전언.
이어 강총리는 『만약 어설픈 상태에서 불가침선언을 했다가 조그만 군사충돌이라도 생기면 더 큰 반목과 불신이 야기된다』면서 히틀러와 스탈린체제하에서 이뤄진 독·소 불가침조약이나 일·소 불가침조약의 실패과정을 시대상황·사건개요 등을 들어가며 강연식으로 이해시켰다는 것.
특히 양측 총리는 상대방의 위반사례까지를 적시해가며 비난조의 공방을 벌였다는데 우리측은 7·4 공동성명 이후 북측이 자행한 남침용땅굴·아웅산 테러사건·대한항공여객기 폭파사건 등을 열거했고,북측은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외교를 청탁·사대외교 또는 분열주의를 획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는 후문.
○…김형기 남북대화사무국 대변인은 하오의 정례브리핑에서 『2차회의의 분위기는 별로 좋지 않았으며 화기애애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발표.
김대변인에 의하면 강총리는 『북측이 우리의 유엔 가입노력에 대해 신의없는 자세라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북측이 2차회담에서 우리측의 화해협력선언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부하고 불가침선언만 해야겠다고 주장했던 점을 상기해 달라』고 반박했다는 것.
이에 대해 연 북한 총리는 『남측의 불가침 관련제안은 그림의 떡』이라고 힐난하면서 적십자 실무접촉의 결렬책임도 우리측에 전가했다는 것.
이에 강총리는 『북측이 주장하는 평화인식 전환이란 곧 미군철수를 노린 것이며 외세의존,청탁외교 운운은 대화의 상대방을 모욕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꾸며낸 말』이라고 공박. 강총리는 이어 『오히려 북측의 대일 외교가 청탁·사대외교 아닌가』하며 역공.
○…회의 시작에 앞서 북측이 『서울 시민들의 반응이 예전같지 않다』며 다소 섭섭함을 표시해오자 강총리가 나서 가볍게 이를 해명하는 모습.
연총리는 『지난 회담때보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지않은 것 같다』면서 『보도가 전하는 것을 보면 기대를 많이 가졌던 것 같은데…』라고 화제를 유도.
그러자 강총리는 『처음에는 점잖게 얘기했으나 어저께는 솔직하게 입장을 설명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해 기조연설에서 서로가 상대방에 대해 다소의 자극이 있었음을 시인.
강총리는 김종휘 대표가 노태우 대통령의 방소 수행으로 회담에 불참한 것에 대해 『딴일이 있어 못나왔습니다. 어제 얘기 들으셨죠』라고 양해를 구했는데 연총리는 『우리회담보다 중요한게 많은 것 같습니다』라고 방소 사실 자체를 은근히 비아냥하기도.
○…비공개회의를 마친 양측 대변인은 낮 12시20분께부터 각각 30여분씩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회담을 결산.
북측 안병수 대변인은 『남측은 불가침선언문제를 국회에서 당국으로,당국에서 다시 분과위로 미루는 등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는 상대방에 대한 우롱이자 희롱』이라고 비난.
이에 대해 임동원 우리측 대변인은 『북측은 약속만 하고 지키지 않은 전례를 갖고 있다』며 버마사태·KAL기 폭파 등을 거론한뒤 『확실히 신뢰를 다져가면서 약속을 하자는 것』이라고 반박.
○…이날 하오 7시부터 회담장이었던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비공식만찬은 남북 대표단 전원과 수행원,우리측의 지난 2차회담 취재진 등 1백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여동안 진행.
이날 만찬은 상오 회담때와는 달리 우호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며 1시간여의 식사에 이어진 여흥시간에는 김세레나·나훈아·최진희·민해경 등 유명연예인이 출연,분위기를 고조.
연총리등 북측 대표단은 하오 7시께 만찬장에 입장,미리 도착해있던 우리측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인사한뒤 15분여동안 칵테일을 들며 환담.
하오 7시20분께 만찬이 시작되자 강총리는 인사말에서 『선을 행하는 사람은 봄동산의 풀과 같아 자라는 것이 보이지 않지만 매일같이 자라난다』는 명심보감 구절을 인용하면서 『비록 회담의 가시적 성과는 없지만 우리의 노력은 계속 쌓여지고 있다』고 평가한후 건배를 제의.
이어 북한의 연총리도 『남북 고위급회담의 성과와 전쟁 재발방지 및 평화,민족의 조국통일을 위하여』라며 건배.
○…12일에 있었던 북측 기자들의 독자행동으로 북측 기자들과 우리측 관계자들 사이에는 서먹한 분위기가 계속. 그러나 북측 기자들은 공식적으로는 『미안하게 됐다』고 하면서도 오히려 『한건 했다』는 분위기를 굳이 감추지 않는 모습.
임수경양 집을 다녀온 북측 기자는 『임양이 지난번 평양에 왔을 때 집 약도를 건네주며 서울에 오면 한번 들러달라고 해서 친구들간에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서울기자들이면 안그랬겠느냐』고 태연하게 반문.
또 한기자는 『지난번 경평축구때 서울기자들도 평양에서 지하철타고 멋대로 돌아다니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등 시종 태연.
이들은 『가고싶으면 정식으로 요청을 하지 그랬느냐』는 우리측 기자들의 지적에 『임양 집에 가자면 보내주겠느냐』며 『오늘 아침에도 우리측에서 문익환목사 집에 가보고 싶다고 정식 요청했는데도 이렇다 저렇다 반응이 없다』고 대꾸.<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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