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남북총리회담은 북한이 통일전선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한 대화의 진전이 어렵겠다는 것을 다시 절감케 해주었다. 북한기자들의 기습적인 취재발상과 취재과정에서 보인 행태가 그것을 단적으로 잘 나타내 주고 있었던 것이다.남북 책임연락관의 합의에 따라 회담관계 일정 이외의 것을 취재하려할 경우 남한측에 사전요청,안내를 받도록 되어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임수경양 집과 일부 대학을 방문한 것은 명백한 합의위반이었다.
또 그곳에서 북한의 통일정책과 김일성 선전을 자행한 것은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한마디로 구속자 가족과 대학생들을 선동하여 남한내의 통일논의를 교란시키자는 저의에 다름 아니다. 북한은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흔들릴 국민의식과 민주체제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더구나 북한이 기습취재에 「언론자유」를 들먹이는 데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김일성 부자 독재체제하의 북한 전역에 언론자유가 어디 있는가. 소위 기자들이 북한의 통일정책과 특히 김일성을 선전했다는 것은 기자가 아니라 노동당의 전위임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라 하겠다.
이번 총리회담에서도 북한측은 통일전선전략에 입각한 불가침선언의 우선합의를 고집하는 억지를 되풀이했다. 북한은 1·2차 때 제시된 남한의 「선화해협력」안을 포괄했다고 하지만 역시 핵심은 불가침선언이었다. 이에 비해 남측이 상호존중,내정불간섭,비방중지,TV·신문 등의 교환방영 및 배포,인적·물적 교류,불가침합의서 채택 등을 담은 관계개선합의서를 먼저 설정한 뒤 이를 토대로 불가침문제 등을 추진하자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은 합리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측이 선불가침선언 채택의 진의가 미군철수비핵지대화남북한 무력감축통일(남한 적화해방)을 위한 최상의 방안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나아가 연형묵 총리가 「이 선언을 반대하는 것은 미군을 계속 붙잡아 두려는 것」이라고 한 데는 어이가 없다. 도대체 누가 이땅에 미군을 불러들였는가. 그것은 바로 북한 자신인 것이다. 지난 1949년 건국 후 미군이 모두 철수하고 약간의 군사고문단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북한의 6·25남침으로 UN결의에 의해 유엔군의 일원으로 다시 파견된 것 아닌가.
또 연 총리가 남의 「북방정책」에 관해 표시한 불만과 비난도 온당치가 않다. 그의 지적인 분명 노태우 대통령의 소련방문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물론 북한측으로서는 몹시 심기가 불편한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를 「두 개의 한국을 위한 분열책동」이니 「누구누구의 개방을 유도해 달라」느니 하는 반민족적 사대주의 행위라고 비난하지만 이미 남한측에서 북방정책이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기도가 아니라고 누누이 설명하지 않았는가. 정 그렇다면 북한이 일본과 수교협상을 벌이고 대미 접근을 추진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회담폐막 직전 남한측이 양측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비방중지와 직통전화 가설,이산가족 상봉과 경제교류·협력 등 5개항만이라도 우선 합의하자고 한 데 대해 북한이 이를 거부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하루 빨리 불가침선언이란 종이 한 장이 당장 남북간의 화해·교류·협력 그리고 통일을 가져오는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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