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중인 북측 대표들이 회담장 주위에 배포한 12일자 노동신문에는 서울에 온 북한 취재진이 쓴 고위급회담에 관한 글이 실렸다. 판문점을 통과하면서 느낀 단상을 적은 이 기사에는 그리 많지 않은 환영시민들에 대한 의문이 적혀 있었다. 노동신문 기자는 연도가 한산한 이유를 우리 당국의 방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그나마 일부 거리에 나온 시민들에게 요소요소에 박혀있던 기관원들이 환영하지 말라고 고함을 치거나 손을 끌어내리더라고 적은 이 기사는 거의가 거짓이거나 왜곡이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전했다. 「거리에는 환영시민들이 1차 때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9월 서울 1차회담 때 식사메뉴까지 물어 보며 달라붙던 우리 취재진들에게 『기자가 기자를 취재하느냐』면서 짜증을 내던 북한기자들은 지난 사흘 동안 『이번에는 한산하구만』이라며 식은 보도열기를 섭섭해했다.
보도진뿐 아니라 행사요원도 많이 줄었다. 경비와 안내에 필요한 최소인원이 동원됐고 자연스레 보도진과의 몸싸움도 과잉경비도 사라졌다. 덕분에 13일 북측 기자들의 기습재사건이 터졌다지만 그 후로 다시 삼엄해진 통제는 역시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1차 때 요란하던 공식행사도 대폭 간소화됐고 그만큼 양측의 각종 성명이나 만찬사들도 줄어들었다. 분명 사람들의 관심이 잦아들고 있었다.
물론 갈라져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심대한 남북의 입장 차이가 실망을 가져다준 탓도 있다. 그러나 관심 축소의 보다 큰 이유는 만남의 상징성이 점차 퇴색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십 년 간 헤어졌던 형제가 처음 만난 날은 잔칫날이다. 그 형제가 함께 살아가려면 잔칫날보다는 사소하게 다투는 날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13일 이틀째 회담이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은 성과없는 회담을 계속해나갈 필요가 있는가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양측 대변인들은 각자 가진 기자회견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라고 모처럼 똑같은 얘기를 했다.
서울에서 두 번째 만난 북한기자들에 대해선 벌써 스스럼이 없어졌다. 남북의 왕래에 거리가 더 한산해지는 날 거짓과 왜곡도 사라질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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