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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달리 격한 비난·굳은 표정/3차 남북총리회담장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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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달리 격한 비난·굳은 표정/3차 남북총리회담장 이모저모

입력
199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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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지켜라” “청탁외교” 맞받아/양측 대변인 각자 입장 홍보 장외설전/북,KBS방문 가요프로 녹화 등 관람○주변선 회담 비관론도

○…12일의 본회담은 남북 양측 총리가 단순히 기조연설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예전처럼 종회. 그러나 이 기조연설문에는 상대방을 비판하는 내용도 적지 않아 발언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몹시 굳은 표정으로 진행.

강 총리가 북측의 약속불이행을 지적하며 아웅산테러와 대한항공폭파사건을 거론하자 연 총리는 메모하던 손을 멈추고 몸을 뒤로 제친 채 굳은 표정을 지었으며 북측 연 총리가 우리의 북방외교를 「청탁외교」라고 비난하며 사대주의 운운할 때엔 강 총리 역시 크게 언짢은 듯 몸을 꼿꼿이 하며 눈까지 감아버리는 모습.

강 총리는 연설 서두에 이산가족문제해결에 남북고위급회담의 「큰 역할」이 있어야 함을 전제한 뒤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를 일일이 지적.

강 총리가 『남북고위급회담이 시작된 지난 9월 이후에도 북측은 우리측에 대한 비방중상을 계속하고 있으며 심지어 우리측 최고책임자에 대한 비방까지 하고 있다』면서 『한편으로 회담을 진전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 우리측 일부 재야인사들의 불법적 행동을 선동·고무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연 총리 등 북측 대표들은 일제히 표정이 굳어지며 그 동안 열심히 메모하던 펜을 내려놓는 모습.

북측 기조연설에 나선 연 총리는 상당히 구체적 어휘로 우리측의 북방외교를 비난해 회담장 주변에선 이번 회담전망을 비관적으로 판단하는 분위기까지 고조.

연 총리는 우리측의 북방외교를 「청탁외교」로 주장하고 『동족끼리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고 자기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먹이기 위해 다른 나라의 간섭과 개입을 간청하는 것은 분열주의적 태도이며 사대주의적 사고』라고 매도한 뒤 『불순하고도 도발적인 행위』라고 강도높게 비난.

○…이날의 본회담은 상오 9시57분께 남북 대표단이 각각 1분 간격으로 회담장인 다이너스티홀에 입장하면서 시작.

강 총리는 『어제 국회 예결위에서 인사말을 하지 않을 수 없어 만찬장에서 서둘렀다』고 미안함을 표시하자 연 총리는 국회의원들의 행정부 공세를 염두에 둔 듯 『바쁜 질문을 받지 않았느냐』고 짐짓 걱정.

강 총리는 『언제나 입법부는 민의를 대표해 행정부를 질타하는 법』이라며 『가끔 따끔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해서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한 뒤 전날의 북측음악단 면담여부에 관심.

○“이념빼면 잘 되는데”

연 총리는 『조직을 잘 해줘 만나게 돼 감사한다』며 『특히 김진명옹의 나이가 많아 상당히 걱정했다』고 언급.

강 총리는 이를 받아 『오늘 아침 이산가족들로부터 「왜 우리는 못 만나느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70세 이상된 분들이 세상 떠나기 전에 가족들을 보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북측의 적극적 자세를 촉구.

하지만 연 총리는 이에 대해 『여기(남측)서 잘 받지를 않는 것 같아요』라고 웃음과 함께 뒷걸음.

○…본회담이 끝난 뒤 연이어 열린 남북 대변인의 기자회견에서 양측은 상대방의 주장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면서 각자 입장을 「홍보」하는 등 장외설전.

안병수 북측 대변인은 기조발언에서 『군사와 평화문제를 뒷전에 미뤄 놓고선 관광이나 장사부터 하자는 것은 천진난만한 것이며 정치적으로 상식 이하의 일』이라고 주장.

안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의 방소를 『회담은 지지부진한데 외국을 찾아다니며 남북과 관련한 이런저런 청탁을 하러다니는 것』이라고 흥분.

이에 대해 우리측 임동원 대변인은 『상호 신뢰없는 불가침선언 채택은 역사적으로 상대방을 교란시키고 안보태세를 이완시켜 침략을 용이케 하는데 이용돼 왔다』고 히틀러와 스탈린의 예를 들면서 북측 주장을 반박.

○신년달력 서로 교환

○…북측 대표단 일행은 이날 하오 3시30분께 여의도 KBS 본관을 방문해 서기원 사장의 안내로 보도본부,라디오공개홀,TV공개홀 등을 약 1시간30분 동안 차례로 시찰.

이날 현관에는 서 사장 등 KBS 임원진과 드라마 녹화중이던 김영애,유인촌,조민수씨 등 탤런트 20여 명이 나와 대표단을 환영.

탤런트 중 사미자씨가 대표로 연 총리에게 꽃다발을 건네주며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라고 하자 연 총리도 『반갑습니다』라고 웃으며 악수.

연 총리 일행은 이날 TV공개홀에서 마침 녹화중이던 가요톱10 프로를 10여 분 간 관람.

연 총리 등 북측 대표단 일행이 송출부 조정실을 둘러보는 사이 북측 기자들은 보도본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어울려 담소.

이 중 일부 기자들은 북에서 가져온 통일주제 그림이 실린 새해 달력을 꺼내 KBS 기자들에게 주었고,KBS 기자들도 국내 회사에서 발행한 달력을 답례로 증정.

○관객과 어우러져 합창

○…북측 대표단 일행은 이어 하오 5시50분부터 국립극장에서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 특별공연을 관람.

KBS 방문이 늦어져 20여 분 늦게 시작된 이날 공연은 북측과 남측이 번갈아 서로의 「레퍼토리」를 선보였는데 강 총리와 연 총리는 서로 상대측의 공연에 큰 박수를 보내며 화해의 무드를 조성.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우리의 소원」 작곡가 안병원씨의 직접 지휘로 남북 양측 공연단이 노래를 시작하자 양측 대표 및 2천5백여 관객들이 일제히 기립,손뼉을 치며 합창.<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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