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새 평화질서 구도 제시/아태 번영 협력체제 가능성도노태우 대통령은 13일 역사적인 소련 공식 방문길에 오른다. 그의 방소 여정은 88년 2월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며,마지막 종착지점을 향하는 것이다.
소련 체류 3박4일간은 비록 시간적으로는 짧지만 중대한 역사성을 지닌다고 해야 타당할 듯하다. 냉전체제 와해라는 세계적 조류에도 불구하고 분단 45년 이후 지금까지 지속돼온 한반도의 유일한 냉전유산은 그 기본틀을 마침내 벗어버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방소의 핵심은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공동서명하고 발표하게 될 「모스크바 공동선언」이다.
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오는 14일 크렘린궁서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가진 직후 내외신 기자들 앞에서 「한반도의 냉전종식과 평화구축을 위한 공동선언」에 서명하고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른바 「모스크바 공동선언」으로 불리게될 이 선언은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깨뜨리고 평화·협력의 새 질서를 구축하는 기본 바탕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모스크바선언은 동북아 질서재편의 기본틀을 제시하는 응축된 의미를 지닌다. 한반도 냉전체제의 상대방 「대표」인 소련과 그 반대편 당사국인 우리가 「전쟁과 무력의 사용없이 한반도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 원칙 위에 한국 국민의 통일염원을 평화적으로 실현하는데 함께 노력한다」는 선언의 요약은 한반도에 상존해온 전쟁위협을 대폭적으로 상쇄시키는 요소가 될 것임은 거의 틀림이 없다.
모스크바선언은 더욱 구체적으로 「한반도의 냉전종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점을 밝히고 특히 「소련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한국국민의 통일노력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반도 냉전종식을 위한 공동노력과 한국국민의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통일노력에 대한 명확한 지지표명은 노 대통령과 6공화국 정부가 추진해온 북방정책의 궁극의 목표와 그대로 일치하는 대목으로 봐야 할 것이다.
모스크바선언은 이어 한소 양국이 상호 호혜평등의 원칙 위에서 정치·경제·문화·과학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우호협력의 체제를 발전시켜 나가고 아시아 태평양의 번영과 평화에 적극 기여하겠다는 점을 천명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한소 양국 관계의 미래지향적 방향설정이라고 해야할 대목이다.
세계가 점차 경제를 바탕으로 한 협력의 블록화추세를 나타내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아시아 태평양지역의 번영을 위한 한소 양국의 협력체제 구축은 불가피한 추세라 해야할 것이다.
한국은 모스크바선언을 계기로 아·태지역에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외교분야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관측된다. 모스크바선언은 외교관행을 파격적으로 깨뜨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동선언은 최근들어 정상외교에서 거의 사라진 외교 관행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 정상이 이를 채택키로한 것은 한소 정상회담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세계에 천명키 위한 일종의 「외교의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모스크바선언을 계기로 동북아 질서는 크게 변화하리라는 예측은 거의 틀림이 없다. 한중 관계가 급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비록 북한의 의도가 어떠하든 남북관계는 큰 진전을 나타낼 것이다. 동북아 질서의 기본틀이 잡혀진 이상 중국과 북한만이 오불관언으로 소외의 불이익을 감내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주요 관련 당사국인 일본도 종전의 미온적 대한반도 긴장완화정책에서 크게 탈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태평양의 경제 주도국인 일본이 이 지역에서의 정치·외교적 바탕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인접국의 경협파트너를 잃으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소 정상회담과 모스크바선언의 협의과정에서 우리측은 다변적인 외교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절한 수준에서 핵심 우방국인 미국측과 사전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모스크바선언은 확실한 국제적 담보가 이뤄진 셈이다.
이밖에도 노 대통령의 방소 기간중 특기할 대목은 모스크바대학 연설이다.
노 대통령은 「냉전의 벽을 넘어 평화와 번영을 향하여」라는 주제로 소련 국민들에 대한 한국 국민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이 연설을 통해 우리 국민의 높은 지적 수준과 근면성,개방경제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련 국민의 페레스트로이카에 대한 확고한 지지와 지원을 천명할 예정이다.<이종구 기자>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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