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과 폭력배의 대전 술자리 합석사건에 이어 수감폭력배들의 검사협박사건이 터져 나왔지만 요즘 검찰관계자들의 표정은 대체로 느긋하다. 검사가 협박을 당할만큼 엄정한 수사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짐으로써 실추된 검찰의 위신이 어느 정도 회복되고 국민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 같다.『조직폭력배들이 법정에서 검사들의 비리를 폭로하려는 의도를 예방한 효과가 크다』며 『오래만에 속시원한 보도를 보았다』고 말하는 검사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검찰의 반응은 『수감폭력배들의 검사협박설을 언론에 흘린 것은 검찰』이라는 항간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 동안 조직폭력배 수사과정에서 무고나 진정,공갈·협박 등을 당한 사례가 부지기수인데도 새삼스레 이를 문제삼아 대대적이고도 신속한 역공세를 취한 것은 궁지에 몰린 검찰의 「위기타개전략」이라는 것이다.
검찰간부들은 지난주말부터 이 사실을 여러 경로로 흘리다가 언론에 보도되자 기다렸다는 듯 출입기자들에게 『폭력배들이 검찰에 선전포고를 했다』 『앞으로 법정에서 그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검사들을 매장하려는 공작으로 알고 도와달라』고 말하고 있다.
또 검사장들이 좀처럼 TV에 나가지 않던 관례를 깨고 대검 강력부장이 뉴스프로그램에 출연,경위를 설명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다음날에는 검찰총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검사들이 폭력배들과 유착됐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는 한 내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예정된 수순을 밟듯 진행되는 검찰의 「신속한 조치」는 내부 동요를 막고 범죄와의 전쟁을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조치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사결과 폭력배들의 협박내용이 허위라면 관계법을 적용,추가 기소해야 할 것이고 사실이라면 관련검사들의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지 사방에 어려운 입장을 하소연만 하는 것은 「큰 칼」의 위신에 맞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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