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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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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1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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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한 일이다. 봄날처럼 줄곧 포근하다가도 입시날만 됐다 하면 어김없이 추위가 몰아 닥쳐,수험생들을 덜덜 떨게 한다. 그래서 「오유월에다 입시날을 잡아도 틀림없이 추워질 것」이라는 말도 있고,「입시추위」란 별난 용어까지 생겼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입선발고사날인 12일에도 전국이 영하권에 들었고 서울과 중부지방은 영하 5∼7도의 매서운 날씨였다. ◆6일 앞으로 다가선 전기대학 입시날은 또 얼마나 추울 것인가. 겨울의 한 가운데에다 잡아놓은 후기대학 입시날(1월22일)의 추위도 걱정된다. 도대체 각급학교의 입시날만 되면 틀림없이 추워지는 날씨의 이변은 무슨 연고일까. 날씨마저 이 사회의 비정한 입시지옥에 한몫 거들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입시날과 추위의 일치는 따지고 보면 우연 이외는 아무것도 아니다. 북반구 중에서도 상당히 북쪽에 치우친 이 나라의 겨울철 날씨가 춥지 않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추운 계절에다 각급 학교의 「시험날」을 잡아놓고 춥지 않기를 바라는 요행이야말로 이 나라 교육행정의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7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대학입시를 비롯한 각급 학교 입시는 3∼4월중에 치러졌었다. 추위가 완전히 물러가는 때는 아니었지만 지금같은 「한겨울 추위」는 없었다. 평준화다 무어다 하더니 입시철이 12월과 1월의 깊은 겨울과 겹쳐,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입시지옥에 갇히고 강추위에 떨며 눈길의 교통지옥 등 3중고까지 겪어야 하게 된 것이다. ◆해마다 겪어야 하는 이 국민적인 고통을 보고도 교육당국은 입시철을 바꿔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는 모양같다. 학기 시작을 지금의 3월에서 8월이나 9월로 바꾼다면 입시철은 추위가 없는 5∼6월로 자연스럽게 늦춰질 수 있다. 교육개혁의 시작이 별 것인가. 학기조절이나 입시날 같은 것부터 고쳐가기 시작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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