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초 제네바에서 재개될 우루과이라운드(UR)에 대비,15개 협상 분야별로 기존의 입장을 재점검하는 한편 보다 현실적인 대안마련을 서두르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은 종전에 제시했던 비교역적 기능(NTC) 품목의 신축성 있는 조정과 일부 수출신장에 도움이 되는 부문 및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될 수 있는 부문에서의 양보를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내년초에 재개될 UR협상에서는 전체협상과 부문별 국가간 양허협상이 동시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짙으므로 금융·통신·수송 등 서비스분야의 업종별 양허 계획안을 조기확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고,그에 따라 협상의 부문별 우선순위를 빨리 재조정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방침을 세운 듯하다.
경제기획원 관계자에 의하면 현실적으로 수용되기 어려운 주장을 계속 고집하느니보다 이를 일부 양보함으로써 딴 부문에서 보다 많은 것을 확실하게 얻어내는 것이 작전상 바람직하다는 것인데,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기본방침만을 가지고는 종전의 우리 작전에서 원칙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시장이 개방되어도 경쟁력이 있거나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분야에서는 종전에도 적당한 시점에서 부분적 양보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으며,반덤핑·긴급수입제한·지적 소유권·섬유 등 이미 대세가 결정된 분야에서는 우리측 입장을 다소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측 대표 모두가 인식하고 있었던 종전의 자세였다.
우리측의 통상외교가 매우 서툴뿐만 아니라 역량에 있어서도 딴나라에 비해 크게 뒤지는 형편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브뤼셀회의에서 우리나라 대표는 15개에 달하는 NTC품목 농산물을 제시하고 그의 인정을 요구한 바 있었지만 회의의 분위기와 반응은 「그저 해보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이상의 것이 되지 못하였다고 전해진다. 미국과 EC제국이 예외 적용 문제를 아예 고려밖의 것으로 치부하고 있는 이상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확률은 아주 미미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농수산물의 비교역적 기능품목 15개에 대해 경제기획원은 앞으로 일정한 수입제한 근거를 둘 수 있도록 협상을 벌이겠다고 말함으로써 품목 모두를 시장개방 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뜻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지만 협상진행 여하에 따라 품목수나 보조금 감축률을 낮출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봐야할 듯하다. 현실성이 없는 NTC품목 책정으로 공연히 농민들에게 기대감만 안겨주었다가 상당부문이 거부되었을 경우 농민들의 실망만 더해주게 되리라는 점에서 NTC품목수 조정은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줄로 안다. 또한 전자·철강·목재·건설장비 등 특정산업제품에 대한 무관세화는 최혜국대우조건이 전제가 될 것이므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확대 가능성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방향에서 조정수용하는 방침을 빨리 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는 17일에 열리는 한미 무역 실무 소위를 활용,미국측과의 협조태세를 강화하는 것이 실리 측면에서 효과적이라는 점도 강조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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