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는 큰 일을 두 가지 치렀다. 여야 총무들이 지자제협상을 완전타결짓고,남은 정기국회 일정을 마련한 것이 상오의 대사. 또 저녁에는 연말 정례행사인 대규모 폐회리셉션을 성황리에 마쳤다.상오의 총무회담 결실로 가까스로 새해 예산심의를 위한 국회의 기능이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벌어진 폐회리셉션은 그래서 유달리 부드러운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예년의 폐회리셉션이 회기 마지막날에 열린 게 상례였고,마지막날의 국회는 반드시 여야 대치의 뒤치닥거리로 어수선하게 마련. 때문에 초청받은 하객들이나 주최자인 국회의장측이나,예외없이 민망하기는 마찬가지였던 게 대부분이다. 회기에 맞추느라 회의는 일사천리의 의사봉 3타에 분주하거나,몸싸움까지 가세된 낯뜨거운 격돌의 현장을 연출하기가 일쑤였던 것이다. 의사당의 주인인 의원들이 현장을 뛰느라 초청된 손님들을 맞을 경황이 없는 게 당연하다.
이에 비하면 이날 폐회리셉션이 열린 의사당 중앙홀에 울려퍼진 잔잔한 선율들은 일견 그럴 듯했다. 여야의 지도부 등 정계는 물론,학계를 비롯한 1천여 명의 각계 명망가들이 미소와 덕담을 주고받는 데 방해받을 일들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일은 대단히 우습게 돼 있다. 행사대로라면 국회는 이날로 올해의 임무를 마친 셈이다. 남은 회기라야 7일에 불과해 1백일의 정기국회 회기에 비하면 무시할 만할지도 모른다. 예결위의 예산심의가 이 기간 동안 진행되지만 어느 누구도 「날림심의」가 되리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 현실이기도 하다. 하긴 파행과 변칙을 떡먹 듯이 해치워온 우리 국회이고보면 아무려면 어떨 것인가.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비록 실날 같은 7일이지만 명백한 법정절차를 남겨둔 채 국회를 「폐회」시켜버린 이날의 행사는 편의주의에 지배당하는 정치관행의 극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처지에,또 그 일들이 어떻게 처리될지도 모르는 이 시점에서의 자축연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꼴불견일 수밖에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