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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부활(지자제시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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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부활(지자제시대:1)

입력
199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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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행정·정치낙후 탈피 “호기”/공백기 길어 시행착오 부담도/다원화·분권화 불가피… 국민 민주역량 시험대61년 5·16군사혁명으로 중단됐던 지자제시대가 30년 만에 열리게 됐다. 여야는 그 동안 우여곡절을 겪었던 지자제선거법 협상을 마무리,이번주중으로 지자제선거법을 처리한 후 내년 3월께 광역·기초의회선거를 실시키로 했다. 그리고 1년 뒤에는 자치단체장선거가 있게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로 의회정치와 함께 민주정치의 양대지주로 불리는 지자제는 중앙집권화시대를 지방분권화시대로 변환시키면서 정치권은 물론 나라 전체에 대한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자제가 그 동안 걸어온 험난한 역정과 실시확정까지 가시권과 불가시권을 넘나들었던 수많은 난관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국가형성과정의 제1·2공화국에서 숱한 시행착오 속에 가까스로 연명해오던 지자제는 30년 동안 헌정의 뒤편에 숨어 있어야만 했다.

72년의 유신헌법은 「통일이 이뤄질 때까지」라는 단서조항으로 지자제를 사실상 기각시켜 버렸고 그 이후의 파행정치는 지자제 실시에 눈을 돌릴 겨를을 주지 않았다.

이 와중에서 국민들은 지자제를 남의 나라 얘기쯤으로 생각하게 됐고 이는 곧바로 지자제에 대한 둔감증으로 이어졌다.

5공의 강권정치가 서슬이 시퍼렇던 84년에 비로소 지자제 부활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차라리 역설적이다. 5공은 제도권정치와 규격정치에 쏠리는 시선을 극복해보기 위한 방편으로 지자제 실시를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자제 실시는 87년 당시 민정당 대표였던 노태우 대통령의 6·29선언과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불변의 방침으로 굳어졌지만 실시확정까지 2년 이상의 시일이 소비된 끝에 오늘에 이른 것이다.

지자제시대를 맞아 정치권은 우선 희망섞인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지만 30년간에 걸친 저간의 사정이 일말의 우려감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자당의 최각규 정책위의장은 『지자제 실시를 우리의 민주주의가 확고한 뿌리를 내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면서 『깨끗하고 조용한 선거풍토를 조성해 지자제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런가 하면 야권의 시각은 좀더 적극적이다.

평민당의 조세형 정책위의장은 『국민정치시대가 본론에 접어드는 정치혁명이 시작되고 있다』면서 『국정은 물론 이제 행정에까지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분담과 참여」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재계에서는 경제적 이유를 들어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있고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는 정치에 대한 불신을 지자제 실시를 보는 부정적 견해에 연결시키는 경향도 있다. 또 행정부 등에는 자신의 이해와 연결시켜 아직도 지자제에 대한 저항의 분위기가 엄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과도기적 시행착오가 불필요한 기회비용의 지불을 강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들이 지자제 실시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자제 실시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는 한결같이 지자제 실시에 대한 찬성률이 70∼80%에 달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주민자치를 주권자의 고유권한이라고까지 주장하는 학설은 차치하고라도 국민들은 빼앗긴 참정권의 회복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자제가 중단된 30년 동안 실적위주의 경제적 근대화로 상징되는 권위주의적 관치행정과 불균형 성장의 길을 달려왔다. 이 과정에서 참정권을 중심으로 한 국민의 기본권은 유보되거나 훼손되기 일쑤였고 사회는 획일화와 갈등의 양산형태를 계속했다.

사회 각종 체계의 상위개념으로서 각 분야를 주도해야 할 정치가 낙후성을 면치 못하며 퇴행상태에 빠졌음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국민소득 5천달러를 넘어선 우리는 이젠 왜곡된 과거를 시정하고 서울중심에서 지방화시대로,획일화에서 다원화로,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압축되는 정치적·사회적 근대화를 본격적으로 시도할 때가 됐다는 게 지자제 실시를 원하는 주장들이다.

지자제 실시가 확정된 마당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운영의 묘를 살려나가는 것과 과도기적 시행착오를 줄이는 길이다.

오랜만에 실시되는 지자제선거가 93년 대권향배와 맞물려 있고 국회의원선거에서 흔히 보았듯이 과열·타락으로 점철된 잘못된 선거풍토 등은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해주기에 충분한 것들이다.

더구나 우리는 1·2공화국 때의 9년간에 걸친 지자제 경험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갖고 있다.

물론 그때는 국민소득이 1백달러 안팎이었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지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이 부정적 평가는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자제 실시는 우리의 민주역량을 다시 한 번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시험의 성패여부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달린 셈이다. 불신풍조로까지 확대된 우리 정치의 소생여부도 지자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자리를 잡아가느냐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할 것이다.<이병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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