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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사정지침에 연말관가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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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사정지침에 연말관가 “썰렁”

입력
199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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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2만원이상 모임금지”등 지시/일부 국·과 아예 망년회도 갖지않기로/금융가·업계도 덩달아 눈치연말을 맞는 관가의 모습이 예년과 달리 썰렁하다.

『연말연시를 검소하게 보내라』는 「사정지침」이 강력히 시달된 이후 정부 각부처는 물론 금융계 업계 등 경제계가 모두 함께 착 가라앉은 분위기이다.

특히 「호텔망년회 등 호화 사치성 모임은 갖지말자」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내고 여유가 있으면 불우이웃 돕기운동에 나서자」에서부터 「1인당 2만원이상되는 모임은 안된다」는 등의 구체적 행동지침까지 제시되고 있어 당사자들은 기본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너무 시시콜콜한데까지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어쨌든 이로인해 정부각부처는 공식망년회일정이 취소되거나 눈치를 살피느라 확정짓지못한 상태이며 심지어는 학교동창이나 고향친지들과의 송년모임에도 참석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망설이는 딱한 모습도.

○…경제기획원 직원들은 검소한 망년회를 당부하는 훈령이 떨어진다는 소식을 듣자 『난제가 쌓인 우리경제가 내년엔 고유가홍역까지 치러야 할 입장이므로 공직자로서 당연한 자세가 아니냐』고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

이달초순께 이미 기획원의 각 국실에는 ▲공직자끼리 의례적인 연하장 보내기 자제 ▲연말 종무식과 새해 시무식때 부처간 및 실국과를 돌아다니며 인사나누기금지 등 연말연시분위기에 편승한 공직근무기강의 이완방지를 촉구하는 회람이 나돈이후여서 아직 국과단위로 망년회 날짜를 확정한 곳도 거의 없는 실정.

따라서 대부분 하위직실무자들은 『원래 기획원이야 일부러 검소하게 연말을 보내라고 지시할 필요가 없는 부처』라면서 『대민 접촉이 많은 부처들은 다소 신경쓰이겠다』고 지레 걱정해 주는 눈치.

그렇지만 일부 간부들은 『1년내내 고생한 부하들을 연말에 한번 위로하는 자리가 망년회인 셈인데 비용 상한선까지 못박아 강요하는 것은 취지야 인정하지만 부담스럽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하기도.

어떤 간부는 『사실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을 촉구하는 방식도 이젠 훈령시달과 같은 획일적 방법을 탈피할 때가 된것같다』며 『굳이 특별한 내색없이 대통령비서실이나 총리실 등이 흥청망청 떠들썩한 망년회대신 조촐하게 다과회라도 가지면서 한해를 정리할 경우 여타 어느 기관이 상급부서의 모범을 감히 깨뜨리려 하겠느냐』고 반문.

한편 정책기획국과 물가정책국 실무자들은 『검소한 연말분위기가 확산되면 특히 물가불안해소와 임금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반색.

○…재무부 상공부 건설부 동자부 등 여타 경제부처도 상황은 마찬가지.

예년같으면 국별·과별 망년회 일정이 이미 잡혔을 때인데도 올해는 아예 망년회를 갖지않기로한 부서가 있는가하면 대부분 직원들끼리 간단히 저녁이나 함께 하는 정도가 고작이라는 것.

한편 그동안 큰사고없이 사정바람을 용케 피해온 국세청은 연말연시를 앞두고 민원인과 접촉이 불가피한 세무조사 등 현장출장조사 업무를 일시 중단하는 등 막바지 집안단속에 주력하는 모습.

국세청은 통상 추석이나 연말연시에는 1주일정도씩 현장조사업무를 중단,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해왔었는데 올해는 조사중단시기를 크게 앞당긴 것.

국세청은 대신에 연말까지는 출장이 필요없는 신고지도지침마련을 비롯한 각종 서류정리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밀린 현장조사업무를 재개할 방침이다.

○…금융계 역시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각종 접대약속이나 모임일정을 일찌감치 취소하는 사태를 빚었다.

은행들은 연말이 되면 그동안 단골로 거래해준 큰 고객들에게 갈비짝이나 각종 선물세트를 보내곤 했으나 올해는 엄두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계에선 맨처음에 호텔이나 호화유흥음식점에서 직접 주최하는 식사나 술자리가 금지된줄로 알고 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직접 주최한 것 뿐만 아니라 남이 주최한 행사에 참여해서도 안되며 호텔이나 유흥음식점 뿐만 아니라 1인당 2만원이상이 소요되는 음식점이면 모두 이용을 삼가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공식행사는 물론이거니와 동창회와 친목회 등도 대부분 취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가 주변의 로스구이집이나 일식집 등도 연말매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울상.

또 선물 안주고 안받기 및 카드안보내기 운동의 여파로 예년같으면 벌써 은행임원들의 책상엔 연하장들이 수북히 쌓일때가 됐지만 전혀 눈에 띄지도 않고 있다. 외국사람들로부터 온 연하장만이 3∼5장 가량 있을 뿐.

은행임원들 중에선 이운동이 직책상의 회사생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규제하는데 이의를 달면서도 그동안의 연말인사치레가 지나치게 번잡하고 형식적인 측면이 있었던만큼 오히려 가뿐하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올해 대부분 업종의 수출침체에도 불구,기록적인 매출신장세를 보이며 호황을 구가했던 조선업계는 이번달에 대규모 망년회겸 자축연을 준비했으나 사정한파 등으로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사회분위기를 의식,이를 전면 백지화.

올 수주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80%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92년까지의 선박건조스케줄을 모두 짜 놓는 등 10년만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계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관련기업 정부기관 연구소 등의 인사들이 모두 참석하는 맘모스급 업계망년회를 오는 17일에 개최키로 하고 지난달부터 한국조선공업협회(회장 최관식)를 중심으로 행사를 준비해 왔으나 최근 정부의 사정방침과 함께 올해 최악의 수출부진속에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섬유·자동차 등 타업종의 눈총을 의식,행사를 무기연기키로 결정.<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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