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문 현장검증/홍윤오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문 현장검증/홍윤오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2.12 00:00
0 0

5공시절 인권유린의 상징이었던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이 제42회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인 10일 최초로 사진과 함께 공개됐다.유신 이후 수많은 시국관련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철옹성」이 김근태씨 고문사건 관련자를 재판하고 있는 법원의 의지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열게 된 것이다.

현장검증에 참여한 담당재판부와 특별검사,변호사 등 일행이 이곳에 도착한 것은 하오 3시께.

갈월동과 남영동으로 이어지는 대로 옆에 미8군 기지가 보이고 그 맞은 편으로 가야호텔과 은행이 들어 있는 빌딩 사이로 난 길에는 이미 4백명 가량의 전경이 진을 치고 전민련·KNCC 인권위·민가협 소속회원과 보도진 등 1백여 명을 막고 있었다.

2개의 육중한 철대문을 통과하자 ㄱ자형 7층 건물이 나타났다. 5명 정도 탈 수 있는 소형 엘리베이터와 좁고 어둠침침한 복도,15개의 신문실이 좌우로 들어찬 건물 5층은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각 신문실은 크기가 다소 달랐으나 구조와 설치물은 비슷했다. 스펀지에 모포를 덮어 올려놓은 1인용 침대와 세면대가 달린 욕조,좌변기,고정된 책상과 의자,히터,전기콘센트,비상벨 등이 전부였다.

김씨가 묶여 물고문·전기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고문대(칠성판)는 없었지만 방의 구조와 크기는 칠성판을 충분히 설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공수사간부는 『물고문을 하기에는 샤워기가 짧고 배수시설에도 어려움이 있다』며 『방음장치가 잘 돼 있어 맞은 편 방에서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고문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다른 방에서 법원직원이 「악」하고 지른 비명소리는 맞은 편 방에서 생생하게 들렸다.

또 『지금까지 신문실에는 전기고문은 고사하고 시계나 라디오 등 일체의 전기기구를 둔 적이 없다』는 주장도 벽에 붙어있는 전기콘센트에 여러 번 사용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믿기 어려웠다. 현장검증은 40여 분 만에 끝났지만 자신에 찬 목소리로 결백을 말하는 경찰관계자들의 설명은 분명 설득력없게 들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