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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보는 소련의 시각/최종기 서울대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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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보는 소련의 시각/최종기 서울대교수(특별기고)

입력
1990.1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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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앞선 원탁회의 참가기소련은 노대통령의 소련 방문을 앞두고 대체로 조용한 표정이지만,의전등을 담당하는 외무부의 실무진은 퍽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9월30일 두나라 국교정상화 이후 서둘러 이루어진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은 양국간 현안의 극적인 타결에 있다기 보다는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소련에 한국이 어느정도 기여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이번 회담은 특히 두 지도자의 상호이해와 개인적 친분을 돈독히 하는 동시에 두나라 사이의 장기적인 협조를 도모하고 21세기를 향한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두나라 정상의 만남이 한·소 두나라의 제3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

현재 소련은 연방정부와 15개 공화국 사이의 권한배분 문제가 최고회의와 대의원회의 등에서 논의되어 12월말까지 매듭을 지어야 될 국내정치일정에 쫓기고 있다. 소연방의 4분의 3,자원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공화국의 옐친 대통령은 고르바초프의 노선에 대해 협조와 비판을 병행시키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정립을 꾀하고 있어 고르바초프에게 큰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한·소 정상회담의 일정이 잡힌 것은 한국측의 경제협력을 바라는 소련측의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3,4일 이틀동안 소련 타슈켄트에서 개최된 한국국제관계연구소(KIIS)와 소련과학원 세계경제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와의 제1차 한·소 원탁회의(한국측 14명·소련측 14명)에서도 한·소간의 협력문제,동북아문제,한반도의 긴장완화방안 및 한·소 정상회담 등 여러문제에 대하여 솔직하고 심도있는 의견이 교환된바 있다. 또한 회의가 끝난후 지난 7일에는 러시아공화국 안드레이·고스레프 외무장관,소연방 외무부 알렉산더·파노프 아태국장,소련과학원 극동문제연구소장 티타렝코박사 등과 개별면담을 갖고 한·소간의 분야별 협력문제 및 한반도문제에 관한 의견교환 기회가 있었다.

소련은 아태지역에 대해 「아시아평화회의」를 추진하고 있다. 고르바초프의 제안은 노대통령의 89년 10월 유엔총회 연설에서의 「6개국회의」 제안과 일맥상통하지만,북한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몽고와 캐나다를 포함한 8개국 회의를 추진중에 있다. 소련은 이의 추진을 위해 ①학계를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②반정부기관으로 대화를 격상시킨후 ③각국 학계·정부를 혼합한 회의(90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회의와 같은 성격)를 거쳐 ④외무장관급 회의의 정착으로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의 구체적 추진을 위해 소련의 학계는 미국의 학계와 95년 4∼5월께 동북아시아의 안보문제에 관한 회의를 준비중에 있으며,소련 외무부내에 아태지역 전담반을 두어 이자간 또는 다자간문제의 해결책을 다루게 하고 있다.

또한 이 지역의 정치안정을 가져오기 위해 소련 외무장관은 8개국 외에 호주,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에도 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소련의 한반도에 대한 시각은 ①첫 단계로 신뢰구축조치를 위해 미국을 포함한 협의에 청신호를 보이고 ②북한에 대한 교섭을 통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하며 ③유럽과 같은 방식은 아시아지역에의 원용이 어려우므로 신뢰조성을 위해 군사관계자를 초청한 군사독트린 교환,군사훈련의 사전통보 및 참관을 실시하고 ④핫라인,경고제도를 위한 포럼을 개최하는 것 등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기업의 러시아공화국 극동개발프로젝트,특히 천연가스배관(소련→북한→남한) 프로젝트는 아직 북한영토 경유문제로 북한측의 동의절차를 남기고 있으나 동북아지역의 신뢰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될 것으로 평가된다.

소련은 남북한 대화의 증진을 위해 ①병력의 감축,군비규제,핵무기문제에의 대처를 통해 긴장완화를 도모하고 ②북한이 수락한다면 91년 소련이 주도하는 세미오피셜회의를 8개국 외무장관회의로 발전적 추진을 꾀하고 있다. 미·일 외무부외에 캐나다 외무부가 이의 추진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적대관계에서 점차 동반자관계로 전환되어가고 있는 미·소 관계는 양국간 군축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주고 있으나 미·소의 군사력 감축으로 힘의 공백이 유발될 경우 일본,중국,인도 등 군사적 잠재력이 큰 국가의 군비증강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북한·소련관계는 한·소 관계의 급진전으로 매끄럽지는 않으나 북한·소련 두나라 사이의 공통된 이해를 등한시할 수 없는 관계이다. 따라서 한·소 관계의 진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북한의 미·일 관계증진에도 영향을 미쳐 긴장완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다소 신경질적이지만,그들을 코너에 몰아붙이는 일은 피해야 하며,한국측도 북한의 미·일 관계 모색에 능동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요망된다 하겠다. 한반도문제에 관한 국제회의 개최는 이를 위한 노력의 좋은 기회의 장을 마련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견해는 한·소 원탁회의에 참석한 IMEMO 학자들 및 소련 당국자들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제2차 한·소 원탁회의는 91년 11월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되었으며,이 회의에는 소련 외무부 고위당국자의 참석도 예상되고 있다.

필자 최종기교수(서울대·한국국제관계연구소 이사장)는 지난 3,4일 소련 타슈켄트에서 개최된 「제1차 한·소 원탁회의」에 한국측 주최자대표로 참석,10일 귀국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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