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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웬사 「상처뿐인 영광」…앞길 험난/폴란드 대통령선거 이후의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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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웬사 「상처뿐인 영광」…앞길 험난/폴란드 대통령선거 이후의 정국

입력
1990.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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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티민스키 몰표” 입지전 퇴색/경제부흥·과거청산 무거운 짐/자유노조 양분… 의회장악 실패땐 「실권」행사 타격폴란드 자유노조 지도자 레흐·바웬사가 9일 실시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자본주의적 환상」을 대변한 스타니슬라프·티민스키를 가볍게 제치고 폴란드 사상 첫 민선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달 25일 1차 투표에서 40.45%라는 과반수에 훨씬 못미치는 저조한 득표로 결선투표에까지 내몰렸던 바웬사는 이번에는 74.25%(비공식 집계)의 지지를 받아 「외견상」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바웬사 압승의 내용을 살펴본다면 그의 승리는 문자 그대로 「상처뿐인 영광」일 뿐이다.

우선 53%라는 저조한 투표율이 그의 승리의 의미를 상당부분 퇴색시키고 있다. 또한 이번 승리는 그가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폴란드 국민이 판단해서였다기 보다는 티민스키라는 「정체불명의 위험한」인물에게 대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가톨릭교회와 거의 모든 정치·사회단체들이 바웬사 지지를 호소했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측면이 강하다. 1차투표를 앞두고 바웬사측과 이전투구를 벌였던 마조비에츠키측은 티민스키라는 「최악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국가적 수치」를 막기 위한 단 한가지의 목적 때문에 바웬사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그의 당선여부와는 관계없이 반바웬사 세력으로 남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이밖에도 선거일을 앞두고 티민스키가 전공산정권과 연계됐다는 주장을 담은 책이 출간된 것도 그에게 몰표가 쏟아지게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결국 바웬사가 얻은 표의 적지 않은 부분은 반혁명에 대한 우려와 티민스키에 대한 반발 때문에 마지못해 던진 표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서 조선소 노동자를 거쳐 최고 집권자에 올랐다는 입지전적인 측면과 그의 대통령 당선으로 반공산 솔리대리티혁명이 완성되었다는 역사적 의미도 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바웬사의 우선적 과제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증폭되고 1차투표에서 표의 형태로 표출된 생활수준 향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어떤 형태로 충족시켜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마조비에츠키가 1차투표에서 3위로 밀려난 주원인은 그의 경제개혁 추진과정에서 가장 불이익을 받은 농민과 광산노동자 계층들이 대거 등을 돌렸기 때문이었다. 마조비에츠키 총리 정부는 집권 15개월 동안 ▲식료품 부족현상 해결 ▲인플레의 수습 ▲통화안정 ▲수출증대 등 적지않은 공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증대 ▲생활보조금 삭감 ▲식료품 등 생필품 가격의 인상 등으로 현실적 고통을 겪은 이들 계층의 「반란」에 좌초됐던 것이다.

경제문제에 대한 바웬사의 처방은 그 속도문제에만 이견이 있을뿐 기본적으로 마조비에츠키의 구상과 대동소이하다. 마조비에츠키 총리의 후임으로 경제개혁의 입안자인 레제크·발세로비치 부총리 겸 재무장관(42)이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바웬사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국민 1인당 국가재산 1억즐로티(1만달러)씩 배분하겠다는 등의 공약으로 국민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려 놓았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바웬사는 당선 제1성으로 『나는 일반 민중들에 직접 말해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모든 사람을 기쁘게 하는 정책을 취하지 않겠으며 대중과 대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바웬사는 후보때와는 달리 국민의 희생을 호소할 것이라는 말이 되지만 농민과 광산노동자 계층이 이러한 「변신」을 용납할지는 미지수이다.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가 갈라서게 된 직접적인 동인인 정치개혁 가속화문제 역시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바웬사는 구공산 특권계급 청산을 가속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자유노조가 양분된 현상황에서 그의 저돌적인 개혁조치는 정치적 혼란을 불러 일으킬 가능성마저 있는 것이다.

바웬사의 당초 계산은 대통령선거의 압승을 배경으로 내년 봄에 상·하원의 총선거를 다시 실시한다는 것이었다.

자파세력으로 의회를 장악,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헌법개정을 한 뒤 구체제 청산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스케줄이었다. 그러나 내년 봄의 총선에서 이미 야당을 선언한 마조비에츠키 세력이 원내를 장악할 경우 바웬사는 「얼굴마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대통령선거를 두고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른 정치행사였다는 폴란드 언론의 표현처럼 바웬사의 대통령 당선은 폴란드 정국의 앞날에 불안을 던져 주는게 사실이다.

국민의 기대감은 증폭될 대로 증폭되었고 자유노조는 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이분되었다. 바웬사를 예측할 수 없고 무책임하며 제멋대로인데다 무능하다고 평가절하한 마조비에츠키측은 결선투표에서의 바웬사 지지가 「시한부 결혼」임을 누차 밝혀와 협력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혁명동지 모택동과 유소기와의 정권투쟁이 중국에 「재앙」을 안겨주었듯이 바웬사와 마조비에츠키간에 깊은 골을 남긴 이번 폴란드 대통령선거는 폴란드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강하게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한가지 기대라면 가혹한 탄압속에서도 반공산개혁의 불꽃을 유지,재점화로 결국 승리를 거둔 바웬사의 정치력이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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