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씀씀이가 헤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적인 여러 관습이나 여건 때문에 의원들의 세비가 의원활동을 수행하는 데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다. 의원들의 대부분이 부족한 세비를 보충키 위해 무진 애를 쓰고,그것이 때로는 비리와 직결되는 일마저 없지 않다고 들린다. 이런 모든 요인들을 감안할 때 오르는 물가만큼은 의원들의 세비도 올리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하고 이해는 할 수 있다.그렇다손 치더라도 여야 의원들이 손발을 맞춰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를 일거에 29.4%나 인상키로 합의하고 새 예산안에 이를 반영·통과시키려고 한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운영위의 이같은 인상안은 여론의 비난이 심해지자 일단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하향조정키로 10일 여야 총무들간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들리거니와 그러한 어처구니없는 발상 자체를 그냥 묵과해버리기에는 너무나도 중대한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정부가 내년도 임금인상률을 한자리 숫자로 억제하겠다는 강한 정책의지를 밝히고 있는데다가 비교열위에 있는 공무원 봉급인상률도 기본급 9%를 포함,12.7%로 묶어두기로 했으며 추곡수매가 인상률을 7.5% 선에서 결정지어 놓은 판에 국회의원들만 30% 가까운 세비인상을 해야 하겠다고 나서는 그 마음자세부터가 일반의 거부반응을 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심의하는 예산,자기네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자신들의 세비도 자신들 마음내키는 대로 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일종의 특권의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나 이번의 인상률은 당초 정부가 책정했던 인상폭 10.4%에 19%포인트를 더 얹어 정한 것이며 만약 운영위안대로 본회의에서 통과된다면 의원 1인이 받는 월평균 비용은 올해보다 1백25만원이 늘어난 5백96만1천원이 된다.
국회 운영위는 의원들의 세비뿐만 아니라 당초 요구했다 삭감된 국정감사경비,교섭단체지원비,입법지원활동비 등 정당활동지원비를 부활시킴으로써 당초 89억여 원이던 국회소관 예산을 1백55억여 원으로 팽창시켜놓았다. 국회가 지금까지 무슨 입법활동과 정당활동을 그처럼 착실하게 해왔기에 활동지원비를 올려야 하는 것인지 그 동안의 국회상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으로서는 도시 이해와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일 수밖에 없다.
세비를 인상시켜놓은 방법에 대해서도 우리는 전혀 공감을 가지기가 어렵다. 의원수당 등 이른바 법정세비는 공무원 봉급인상수준 9%를 넘지 않도록 해놓고 의원회관사무실운영비,우편료,전화료 등을 대폭인상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눈가림해놓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국회의원 세비의 대폭인상은 타업종의 임금인상폭이나 추곡수매가 인상률,정부의 한자리 수 물가억제 시책에 비추어보아 상식 밖의 짓이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감정을 헤아려서라도 인상률은 대폭수정되어야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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