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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세비,/유석기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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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세비,/유석기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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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원조격인 영국의 의사당 앞에는 해마다 세계 어느 나라서도 보기 힘든 시위장면이 벌어진다고 한다. 하원 의원들의 부인과 가족들로 구성된 시위대가 요구하는 내용은 『불쌍한 의원들의 세비를 인상하라』는 것이란다. 다소 과장도 섞인 일화겠지만 몇 년 전까지 영국에서 순직이 가장 많은 직업 가운데 하원 의원이 꼽힐 정도로 의원들은 일을 많이 한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면서도 세비는 부인과 가족들이 시위를 해야 할 만큼 적게 받는다. 영국의 의원들은 국민의 존경과 명예를 먹고 산다고 한다.우리 국회의원들은 며칠 전 세비를 올해보다 무려 29.4%나 인상하는 안을 슬며시 만들어 본회의 통과를 시도했었다.

상당수 국민들이 야당 의원들은 내년 예산이 사상 유래없는 팽창예산이라며 물가불안 등 경제여건을 감안,대규모 칼질을 벼르고 있는 판이니 정부살림보따리는 깎고 자기주머니는 채우자는 데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거여체제 첫 예산국회에서 지자제니 추곡수매니 하며 여야대립이 계속돼온 끝에 시간에 쫓긴 나머지 국회계류중인 대부분의 안건이 날치기 혹은 일사천리 통과가 불가피할 전망이고 엉겁결에 세비도 대폭인상 확정될 것이 틀림없다는 예상들이었다.

내심 싫지 않은 야당이 소극적으로 반대시늉이라도 할지 의문이고 이미 『각본』이 그렇게 짜여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시중의 뒷공론 이었다.

세비인상 소식에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우리 의원들처럼 잇속에 밝은 양반들은 드물 것』이라며 푸념하기도 했다.

빗발치는 여론 때문에 의원세비 기습인상안은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지만 우리 의원들의 체면 벗고 실속차리는 추한 모습은 덮을 수가 없게 됐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이익집단의 무분별한 요구를 대변하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자본주의는 망한다』고 경고했다.

우리 경제는 그 동안 성장과정에서 억눌려온 욕구가 너무 급속 분출하면서 안팎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판국에 국민들의 어느 계층,어느 집단이익을 반영하는 것도 아닌,바로 자신들 실리챙기기에 바쁜 의원들을 모신 셈이니 우리 국민들은 당분간 각자의 「인물 고르는 안목 없음」을 한탄이나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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