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는 각기 약 1만발씩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그 탄두들은 지상에 기지를 둔 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해상군함의 미사일 등에 장착됐거나 폭격기에 탑재돼 있는 등 여러 형태로 배치돼 있다. 두 초강의 핵능력은 상대방을 10번 이상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 추산이다. 양측은 잦은 접촉을 통해 핵탄두를 각각 6천개 수준으로 감축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서방측의 한 소식통은 현수준의 20%인 2천개 정도로 양측이 감축해도 여전히 핵전력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미국이 소련의 경제적·군사적 기능을 마비시키기 위해서라면 1백20개 정도의 목표만 파괴해도 족하다는 것이다. 한 목표에 2개씩의 탄두를 배정한다면 2백40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실패하는 경우를 감안해서 그 수를 다시 2배로 하더라도 4백80개면 충분한 억지력이 된다. 그러나 상대방의 미사일 능력에까지 대비해서 다시 핵탄두를 배증시키면 9백60개,그리고 예상치 않았던 상황에 대비해서 완벽을 기하느라고 또 2배로 늘리면 1천9백20개가 된다. 이것이 핵탄두를 양측이 2천발 수준으로 줄여도 괜찮다는 산술적 계산의 근거다. ◆그러나 제1파 공격에서 상대방 상황이 어떻게 벌어질는지 확실하지 않다면 핵탄두수만으로는 억지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고 해서 결국 양측 협상은 약 6천발에서 시작되는 모양이다. 결국 피차가 상호신뢰에 입각했다면서도 확실성을 위해 몇 번씩 배가시킨 수의 또 3배 규모를 가지고 얘기하자는 것이다. 군축의 기본전제는 상호신뢰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가 익어 있어도 군축협의는 앞에서 보듯이 「필요」의 몇 배 위에서 진행된다. ◆11일부터 서울에서 제3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면 그 자리에서 불가침선언 문제도 논의될 것이다. 북측은 전술적 대응차원에서 불가침선언을 내세우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우리가 요구하는 신뢰조치 선행은 군비경쟁 지양의 구체적 첫걸음이다.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입끝으로만 오가는 불가침론은 실효가 없다. 40여 년 간 상호진단을 반복해서 상당히 서로 신뢰하게 됐다는 미·소 군축논의가 모델이라면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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