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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음악회를 보고/정경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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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음악회를 보고/정경희 논설위원

입력
1990.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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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서 우리는 중국땅 연변과 소련땅 사할린 그리고 중앙아시아로부터 찾아온 동포들과의 만남에 남다른 감동과 흥분을 체험해왔다. 그것은 잃어버렸던 핏줄을 다시 찾았다는 감동과 흥분이다. 불과 한두 세대 전의 기억을 같이하고,언어와 풍속을 같이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우리는 서로 잃었던 핏줄을 확인하는 것이다.9일 밤 예술의 전당에서 펼쳐진 「90송년통일전통음악회」도 이 땅의 북쪽에 어쩔 수 없는 한 핏줄·한 민족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것은 우리와 똑같은 「소리」와 「몸짓」을 전통으로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날 밤 평양민족음악단의 공연은 우리 쪽에 이어 2부로 진행됐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전통악기를 개량해서 편성한 11명의 관현악단이었다. 얼핏 서양의 소규모 관현악단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북의 음악인들이 전통의 현대화를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옥류금」이라는 생소한 악기는 흡사 서양악기 하프의 소리와도 같았다.

대체로 전통악기를 넓은 공연장의 무대에서 연주하기 편하게 서양식으로 개량한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말하자면 전통 국악의 「서양화」,서양화가 싫다면 「근대화」라고 할 수도 있는 그런 개량이다.

이에 비해 남의 전통음악은 청교도적인 엄격함을 가지고 전통의 기본적인 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차이는 음악이 존재하는 양식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남에서 순수한 「소리」를 지키기 위해 기계적인 전달,다시 말해서 확성기를 쓰지 않는 것과 달리 이날 평양민족음악단은 모두 마이크를 쓰고 있는 것도 이런 차이의 하나일 것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은 거의 반세기 만에 만난 남북의 예술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의 전통음악인들의 소리와 몸짓이 바로 우리가 흥겨워하고 감동하는 그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보다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소리」가 특히 고음가수의 경우 우리 귀에 생소한 미성이긴 하지만,한 민족의 리듬과 창법과 춤사위를 우리와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통일전통음악회」가 확인한 값진 사실이다.

게다가 제1부에서 진행된 남의 공연물은 새로운 전통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판소리의 오페라화를 시도한 「심청가」의 부녀상봉 대목,6명의 여성소리꾼이 멋진 안무를 곁들여 펼친 민요합창 등 즐거운 전통의 무대화였다. 무엇보다도 맨 끝 80명이 무대를 꽉 채운 「북의 합주」는 압도적인 소리와 전통적인 농악의 몸짓으로 사람을 흥분시켰다. 민족적인 에너지를 확인시켜주는 무대였다.

그러나 전통음악회는 무엇보다도 정치성을 배제한 채 전통의 공유를 재확인함으로써 분단의 장벽에 화해와 공감의 길을 트자는 데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 뜻대로 되는 것도,또 한두 번의 교환공연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날 밤 첫 무대를 장엄하게 감쌌던 국립국악원의 「표정만방지곡」은 『올바름을 널리 펴보인다』는 뜻의 궁중음악이라 했다. 바흐나 베토벤보다 장엄하고 웅장한 전통음악을 통해 우리는 이 민족의 위대한 문화전통을 확인하게 된다.

「통일」의 구호보다는 전통의 공유를 가슴으로 실감할 수 있는 전통음악의 교류가 민족의 재통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앞으로 더욱 조직적인 기획을 통해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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