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각료회의가 열린 헤이셀 종합전시장의 메인로비는 행정동 회의동 프레스센터로 통하는 길목으로 실내광장역할을 하고 있다. 식당 간이은행 매점 소파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진 이곳에서 각국 대표단의 임시사무실이 있는 행정동으로 가려면 황색의 목제 아치가 세워진 「브라운 게이트」를 통과해야 되고 각종 주요국 비공식회의인 그린룸회의에 참석하려면 자주색 아치가 세워진 「퍼플 게이트」를 통과해야 한다.주최측은 장소의 기능을 구별하기 위해 서로 다른 색깔의 아치를 세웠지만 메인로비에서 통하는 이 두개의 문은 개도국 대표들이 국제무대에서 겪는 설움의 상징물로 유명해졌다. 브라운 게이트는 대표단의 일원임을 증명하는 ID카드만 착용하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지만 퍼플 게이트는 수석대표 중에서도 주요국 대표만 출입할 수 있다. 전체그린룸회의 의장이나 분야별 그린룸회의 의장이 참석을 통고한 국가의 대표만이 출입이 허용된다는 것이다.
그린룸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개도국의 대표들은 회의동의 임시사무실이나 메인로비의 소파에 앉아서 그린룸회의의 결과를 기다리는 게 고작이다. 피부색이 검거나 누렇거나 다소 촌스러워보이는 옷차림이 대부분인 이들을 2천여 명에 달하는 취재기자들 중 어느 누구도 취재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그린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오가는 주요국 대표들에겐 벌떼같이 에워싸 취재경쟁을 벌였다. 특히 미국 EC(유럽공동체)국가의 대표들이 나타나면 여왕벌을 에워싼 벌떼처럼 법석을 떤다.
지난 5일까지만 해도 개도국의 대표단들은 이 정도의 소외는 감내할 수 있다는 모습이었으나 EC측의 새로운 농산물협상안 제출시한인 6일에는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1백7개 전체 참가국 중 개도국이 70개나 되는 데도 알맹이 없는 공개회의에만 들러리격으로 참석시키고 진짜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는 그린룸회의에 제외되는 것도 서러운데 4년 여를 끌어온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타결짓자고 개도국 대표들을 불러모아놓고는 정작 미국과 EC를 비롯한 경제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에 매달려 입씨름을 벌이는 꼴이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번 UR 취재는 강대국의 횡포 속에 국제회의의 비효율성과 비합리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장을 목격하는 우울한 경험이었다.<브뤼셀에서>브뤼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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