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에 2년간 은둔해온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하산문제가 또 한차례 화제가 됐다. 여권으로서는 내년 1월로 다가온 전씨의 회갑을 그대로 산사에서 보내게 하는 게 부담스럽기도 할 것이어서 하산설이 나왔던 모양이다. 경기도 모처에 주거를 마련한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들렸으나 공식적으로는 부인되었다. ◆그런가 하면 국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여유있게 퇴장하는 다른 나라 지도자에 관한 소식도 들린다. 3만통의 위로 편지와 1천개의 꽃다발에 묻혀 다우닝가 10번지를 떠난 대처 전 영국 총리의 경우가 그것이다. 그녀는 11년만의 이별주를 들면서도 『인생은 65세부터가 시작이다!』고 「철의 여인」다운 기개를 여전히 보여 국민들의 갈채를 받았다는 것. 우리와는 너무나 다른 정경이 아닐 수 없다. ◆대처의 퇴장 후 생활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게 요즘 영국 국민들의 즐거운 소일거리 중 하나라는 소식도 들린다. 골프를 즐기는 남편의 캐디노릇을 비롯,왕년의 드골처럼 고향으로 돌아가 국가가 다시 부르길 기다릴 것이라는 은둔대망론,작위를 받고 상원에 진출할 것이라는 귀족론,회고록의 인세만도 4천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측의 집필론 등 다채롭기 그지없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 인기가 높으니 그곳 대통령을 하면 어떠냐는 농담에,그녀와 사이가 나빴던 EC의 대표가 될만 하지 않느냐는 기발한 제안마저 나오고 있다. 『콩심은 데 콩나고,팥심은 데 팥난다』는 우리 격언처럼 이같은 잔치성 소동은 평소 남달리 나라에 헌신했던 지도자에게 돌아가는 당연한 사랑과 보상이 아닐까 생각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2년간의 외진 산사 은둔으로도 하산문제·사전문제·앞으로의 생활문제 등이 아직도 명쾌하게 결말나지 못하고 있는 전씨의 문제는 진정 자신의 말처럼 끈질긴 업보가 아닐 수 없다. 또 그 업보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나라나 국민 모두의 불운이요,한탄이고,하산 후에도 두고두고 잊지말아야 할 교훈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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