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위기의 줄다리기가 「평화」 쪽으로 기울었다. 세계의 증권시장에서 주식값이 오르고,반대로 기름값은 내리는 등 평화에 대한 기대가 즉각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가 미국과의 협상에 응하고,서방측 인질을 풀기로 작정한 것이 평화적 해결의 희망을 부추겼기 때문이다.그러나 평화적 해결의 전망을 말하기에는 쿠웨이트를 둘러싼 상황이 아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서방측의 「무조건 철수」에 대해 이라크가 무엇을 내놓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이라크의 후세인으로서는 미국이 「무조건 철수」를 고집하는 한,무조건 항복이 아니면 전쟁을 통해 군사적 자멸의 길을 가는 것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미국의 베이커 국무장관이 후세인의 인질석방결정을 『서방측 군사·외교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징조』로 해석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군 철수 마감날로 작성한 내년 1월15일까지 44만의 대병력을 배치완료할 계획으로 있다. 약 10만의 다국적군과 함께 이미 배치된 24만 규모의 미군병력으로도 쿠웨이트에서 후세인을 밀어내기에는 『충분한 병력』이라고 체니 국방장관은 말하고 있다.
「내년 1월15일」이라는 마감날짜도 서방측의 군사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하겠다. 12월에서 1월이 아라비아반도 사막지대에서 1년중 가장 선선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회교도들의 성지순례가 시작되는 봄이 오기 전에 작전을 끝내야 될 것이다.
결국 연말에서 내년초까지 진행될 미국과 이라크의 협상은 엄청난 군사적 압력 밑에 열리는 마지막 담판의 성격을 띤 것이다. 후세인은 인질이 그의 흥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은 확실하다. 동시에 그의 평화제스처는 미국내의 만만치 않은 반전여론에 미소를 보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쿠웨이트사태가 세계의 문제가 되는 것은 냉전으로 특징지어졌던 초강대국의 시대가 끝났을 때,세계의 평화가 어떻게 유지될 것인가 하는 새로운 상황에서 나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어떤 이유에서 쿠웨이트와 분쟁상태에 들어갔건,후세인 대통령은 유엔의 결의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후세인 대통령이 자칫 사태를 오판함으로써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키지 않기를 기대하고 싶다. 쿠웨이트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 하는 것은 앞으로 탈냉전시대 국제정치에 하나의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침략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다는 선례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전쟁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했다. 미국으로서도 중동 전체를 내다보는 보다 큰 안목으로 이라크와의 협상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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