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 개혁세력 위기감… 재결합/언론·교회도 반티민스키 포화/티민스키 지지율 따라 자유노조 「연대」에 큰 영향사상 최초의 직선대통령 자리를 놓고 레흐·바웬사(47)와 스타니슬라프·티민스키(42)가 격돌하는 폴란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는 지난달 25일의 1차투표에서 예상을 뒤엎고 타데우스·마조비에츠키 총리를 제쳐 파란을 일으킨 티민스키 후보가 「동구의 거인」 바웬사에 맞서 얼마나 선전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나 분위기를 살펴볼때 이번 선거는 바웬사를 「동구최초의 노동자 대통령」으로 변신시키는 의식에 불과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은 바웬사가 「73대 16」「58대 23」「61대 20」 정도의 비율로 티민스키를 누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선거운동이 마감된 지난 7일에는 폴란드 국민의 94%를 신자로 하고 있는 가톨릭교회가 공개적으로 바웬사지지를 선언했다.
일부에서는 투표율이 저조할 경우 티민스키가 또 한번 이변을 연출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그것은 1차선거 과정에서 극심한 분열상을 보였던 폴란드 개혁세력이 티민스키의 급부상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고 재결합,광범위한 반티민스키 공동전선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1차선거에서 마조비에츠키 총리를 밀었던 자유노조의 지식인그룹은 이미 「차선의 선택」으로 바웬사를 지지키로 했다.
마조비에츠키 총리는 『바웬사의 민주주의관이나 행동양식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지난 10년간 투쟁해온 모든 것이 위태롭게 된 상황에서 바웬사에게 표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바웬사에 비판적이었던 폴란드 언론들도 1차선거 이후 태도를 바꾸어 티민스키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언론들은 베일에 싸인 티민스키의 과거를 속속 폭로,티민스키가 「구세주」가 아니라 「위험스러운 인물」이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는데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
이 과정을 통해 티민스키는 70년 스웨덴으로 이민을 떠난 이후 한번도 귀국한 일이 없다는 자신의 주장과는 달리 80년 이후 리비아주재 폴란드대사관을 통해 7번이나 입국비자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결혼을 두번 한 사실도 밝혀졌다.
더욱이 일부 언론은 그가 폴란드 비밀경찰과 연계돼 있었다거나 약물을 복용한 경험이 있다고 주장,그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따라서 이번 결선투표에서는 바웬사의 승리보다는 그의 득표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바웬사의 득표율은 향후 바웬사의 지도력과 새로운 정치구도를 결정짓는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바웬사는 선거를 통해 실추된 그의 위신을 회복하고 강력한 지도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절대적 지지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1·2차 대통령선거 과정은 폴란드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과 국론의 균열을 드러냈으며 이는 바웬사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는 것이다.
바웬사는 폴란드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시장경제개혁을 계속 추진하면서 동시에 경제개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두가지 짐을 동시에 안고 있기도 하다.
이번 선거의 또다른 관심은 향후 폴란드 정치구도에 관한 것이다.
바웬사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의 권한문제는 현재 의회에서 논의중에 있기 때문에 그가 바라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헌법개정 권한을 가진 의회는 마조비에츠키 총리를 중심으로 한 자유노조 출신 지식인그룹이 장악하고 있다. 그들은 마지못해 바웬사를 지지하기는 했으나 그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의 권한을 가능한한 제한하려고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식인그룹과 바웬사의 관계는 이번 결선투표에서 드러날 티민스키의 지지기반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티민스키가 바웬사정부에 대항할 강력한 야당세력으로 부상한다면 바웬사는 지식인그룹과 일종의 연립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티민스키의 지지도가 낮다면 지식인그룹은 바웬사에 협조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는 길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번 결선투표는 자유노조의 「연대」를 부활시켰지만 그 연대가 바웬사의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지 여부가 새로운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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