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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난민 유럽의 새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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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난민 유럽의 새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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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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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등 못견뎌 출국러시/올해에만 40만명… 이민법 발효땐 연 1백50만 예상/체코,국경에 「철의 장막」… 헝가리·파는 공동대처 태세서방측이 소련에 대해 그토록 요구했던 이민자유화법이 소 연방 최고회의에서 수주일내 채택될 예정이다. 그러나 서구는 물론 같은 동구국가들까지도 밀어닥칠 소련인들의 인산인해에 벌써부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수년전부터 소련의 국경개방을 요구해온 서방은 결국 「보상」을 받게 된 셈이지만 이제 그 「승리」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게 됐다.

소련 외무부의 한 공식보고서는 이민법 통과후의 이민예상자를 연간 1백50만명으로 꼽고 있지만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지는 2억2천만명에 달하는 소련인구의 10분의 1을 잠재적 이민희망자로 보고 있을 정도다. 아주 신중한 추정도 앞으로 6백만명이 소련을 떠날 것으로 예상한다. 수십만,수백만,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련인들이 궁핍과 해체의 길을 걷고 있는 조국을 떠나 동구와 서구로 물밀듯 밀려들어 올 게 불보듯 훤하다.

헝가리 체코 폴란드 등 동유럽 3국은 이미 지난 1월 소련정부의 출국 자유화조치 이후부터 소련 경제난민의 대량유입 방지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체코가 최근 소련과의 국경에 철책을 치기 시작했고 헝가리와 폴란드도 공동보조를 취할 태세여서 동구에 소련을 포위하는 새 「철의 장막」이 출현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니 소 이민법 발효에 대한 동구국의 두려움을 알만하다. 특히 동구국은 자신들도 이제 막 얼음속에서 빠져 나왔기에 서방정부보다 소련의 실상을 더 잘 알고 있다.

56년 헝가리난민,68년 체코난민 등 2차례의 난민홍수를 겪은 오스트리아도 동구를 위한 망명지라는 전통적인 소명과 난민 대량유입에 의한 붕괴의 두려움 사이에서 고투하고 있다.

물론 소련 외무부의 유리·레체토프 국장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이민예상자를 6백만∼8백만으로 추정하나 그것은 조사방법에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프랑스나 미국에 가고 싶은가 물어보라. 누구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이민가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레체토프 국장은 셰바르드나제 외무장관에 보낸 보고서에서 이민은 연간 1백50만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면서 유럽전체 이민을 고려하면 이는 많은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무엇보다도 지식층이 이민의 유혹을 받는다는 점에서 소련에도 유입국에도 예삿일이 결코 아니다.

블라디미르·페트로프 공산당 이념국장은 10년간 7백만의 이민을 예상하면서 이중 수십만명이 전문가일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이는 소련국가의 사활적 이익을 해치는 것으로 소련사회는 지적인 불모지가 되리라는 경종마저 울리고 있다.

고르바초프도 소련의 수학자 기술자 프로그래머 등을 상대로 거대한 사냥을 벌이려는 미국에 대해 경계하도록 언급한 바 있다. 이민법 이전에도 89년 23만5천명이 소련을 영구 출국했다. 이 숫자는 금년중엔 주로 유태계 독일계 그리스계를 중심으로 40만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차대전 종전후 조국을 떠난 소련인 1백20만명중 70만명이 고르바초프의 집권이후 귀국했다. 또 연간 출입국자는 2백50만명으로 이는 페레스트로이카 첫해의 10배로서 출입국이 아직 자유화되지 않은 체제에서 대단한 숫자다.

소련의 행정은 「선의」를 가졌을지 모르나 현실을 따르지는 못하고 있다. 소련의 인쇄능력은 5명중 1명에게만 여권을 줄 수 있으며 나머지는 귀중한 달러를 쓰고 외국에서 수입해와야 한다. 잉크도 부족하다. 이민국은 정신을 못차린다.

그러나 이런 현실이 잠재적 이민 희망자를 「낙심」시키지는 않는다. 유태계는 학대의 루머에 공포를 느껴,독일계는 통일된 조국에 이끌려,순수한 러시아나 우크라이나인들은 더 나은 삶의 기대를 품고 소련을 떠나려 할 것이다.

소련의 어느 협동조합은 두달치 월급인 6백루블을 받고 노동력을 고용할 가능성이 있는 1백여개 미국회사의 주소록도 팔고 있다.< 파리=김영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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