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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식량난은 “풍요속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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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식량난은 “풍요속의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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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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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풍작 기록 불구 생산농장서 절반 은닉/시장경제전환 큰 부작용… 유통낙후도 요인소련은 올해 사상 최악의 「춥고 배고픈 겨울」을 맞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 「풍요속의 빈곤」이어서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소련은 올해 사상 유례없는 대풍작을 기록했는데도 시민들은 식량등 식료품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등 대도시의 식료품 상점들은 대부분 비어 있고 시민들은 빵 한조각,계란 한알,소시지 한개를 사기 위해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야만 하는 형편이다.

레닌그라드는 이미 식량배급제를 실시하고 있고 모스크바 등 일부 대도시들도 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소련 정부는 서방국가들에 긴급 식량원조를 요청했고 독일을 선두로 해 서방측은 서둘러 식량을 보내고 있다.

올해 소련의 곡물수확량은 지난해의 2억1천1백만톤에 비해 약 2억4천만톤으로 대풍작이다. 고기 우유 과일 등도 예년수준을 웃돌았으며 다만 채소만이 지난해 대비 9%정도 감소했을 뿐이다.

따라서 「식량은 소련내에 풍부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몇가지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현재의 「식량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식량은닉 현상이다. 식량을 생산한 농장들이 당초 계약을 어기고 식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포포프 모스크바 시장은 최근 콜호스(집단농장)와 소호스(국영농장)가 식량을 매석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특히 우수한 농장들이 식량을 숨기고 도시에 내놓지 않아 현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수확된 곡물의 절반 정도가 현재 이들의 손에 그냥 쌓여있다고 밝혔다.

소련 연방정부도 같은 견해다. 체르노이와노프 국가식량 조달위원회 부위원장은 『올해 곡물수확은 크게 증가했으나 국가 주문량중 소비자의 손에 도착한 것은 당초 계획의 78% 뿐이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은 바로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에 따른 부작용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소련국민들은 많은 루블화를 가지고 있으나 물량은 이에 못미치고 있다. 또 장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신용이 없는 루블화를 지니고 있기 보다는 현물을 더 선호해 필요이상의 물량을 미리 확보하자는 「사재기」현상이 열병처럼 번져 있다.

그결과 농장측으로서는 독자루트를 통해 비싼 값으로 식량을 팔 수가 있어 정상적인 공급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최고회의 연설에서 식료품 암거래행위를 척결하고 식량수입을 대폭 늘리겠다고 경고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유통 및 보관상의 낙후성이다. 소련의 유명한 농업경제학자인 블라디미르·티호노프는 올해 수확된 2억4천만톤의 곡물중 1억3천7백만∼1억4천만톤 정도만이 최종 소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는 저장 및 유통과정에서 버려진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생산된 과일과 채소도 60%가량이 썩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날로 증가하고 있는 지역보호주의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혁주의자이건 보수파이건 모두 같은 목소리로 식량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간 교역을 금지시키는 배급카드 도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맞추어 농민들은 잉여 농산물을 도시에 판매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서구측의 식량원조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 이라는 지적까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식량부족사태는 결국 농민들의 이기주의와 태환성이 부족한 루블화 및 열악한 유통·저장시설,지역간 보호주의 등이 만들어 낸 합작품인 셈이다.

그래서 포포프 모스크바 시장은 『현재 소련내에서 페레스트로이카가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분야는 집단 및 국영농장』이라고 비난하고 있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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