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정이 가치가 있음은 그것이 다른 어떤 애정보다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좋은 것은 장점을 보아 주기 때문이다. 애인이 사랑해주는 것은 끌어당길 만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 장점이 줄면 친구는 사라지고 매력이 감퇴하면 연인은 떠나버릴지 모른다. 부모가 가장 의지가 되는 것은 불행한 때이다. 만일 올바른 부모라면 죄에 빠졌을 때에도 그러하다」(B·러셀의 「행복의 철학」에서). ◆부모의 품은 언제나 천국과 같다. 믿고 의지할 수 있기에 풍파와 고난이 무섭지가 않다. 불행을 따뜻하게 감싸주며 죄를 지어도 너그럽게 대해주는 게 부모의 사랑이요 마음이다. 역경에 부딪히면 더욱 부풀어오르는 게 자식에 대한 애정이기도 하다. 사람이 아닌 짐승에게도 이러한 본능적 애정은 있는 것이다. ◆무서운 세상이다. 부모의 사랑에 대한 러셀의 예찬은 인면수심 앞엔 한낱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 아버지는 10대의 자기 친딸을 유흥가에 팔아 넘겼다. 제 딸만으론 셈이 안 차서일까,딸의 두 친구까지 끌어내서 3백만원을 챙겼다고 한다. 또 어떤 엄마는 20만원을 받고 역시 딸을 팔아먹었다. 「생계가 어려워 그렇게 했다」는 뻔뻔한 넋두리와 함께…. ◆인신매매라는 극악한 범죄가 좀 고개를 숙이는가 했더니 부모가 직접 나서 친자식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아무리 궁하고 돈에 환장을 했기로니 이럴 수까지야 있을까 처연해진다. 그렇게 생긴 돈이 목구멍으로 제대로 들어가기나 했는지 속이 메스껍다. 돈에 눈이 멀어도 보통 먼 것이 아니다. 천륜이니 인륜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허깨비가 된 꼴이다. ◆이들 막된 부모가 차라리 미쳤다고 하면 가슴이 덜 쓰릴 것 같다. 정신이 멀쩡해서 정신 나간 짓을 하니 야단이 아닐 수 없다. 타락과 퇴폐의 현장이 있는 한,더 끔찍한 인신매매 사건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악의 꽃이 기생할 수 있는 유흥 환락가를 언제까지 방치해둘지 암담하기만 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