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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절충」기대 끝내 불발/내년 속개로 파국은 모면한 UR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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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절충」기대 끝내 불발/내년 속개로 파국은 모면한 UR협상

입력
1990.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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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페만협조 의식 강하게 못밀어붙여/주요국에 우리입장 설득 “소득”【브뤼셀=방민준특파원】 개막전부터 UR협상 타결가능성과 결렬가능성이 반반으로 점쳐지면서 결과가 불투명했던 우루과이라운드(UR) 브뤼셀각료회의는 농산물분야에서 배수진을 친 미국과 EC의 한치 양보없는 대립으로 끝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채 내년 1월 제네바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막을 내렸다.

회의전에 이미 농산물에 대한 미국의 강도높은 개방압력에 EC측이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강력히 비쳐 UR협상의 진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었으나 회의중반을 넘어서면서 극적인 정치적 절충으로 타결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었다.

미국이 의회에 UR협상결과를 제출해야 할 시한이 2월말로 못박혀 있고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협상결렬 이후에 몰아칠 국제교역질서의 파행을 크게 우려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타결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회의 참석자들의 지배적인 견해였다.

특히 칼라·힐스 미 무역대표부대표가 개막당일 『48시간이내에 EC측이 중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함에 따라 5일께에는 타결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었으나 지난 3일의 독일총선에서 승리한 콜 독일총리의 예상된 입장완화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EC측의 기존입장의 변화가능성은 서서히 사라지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 5일에 던켈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사무총장과 TNC(무역협상위원회) 의장인 에스피엘 우루과이 외무장관이 동시에 EC측에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하도록 촉구하는 시한을 통고하고 이 시한을 세번씩이나 연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지자 회의장분위기는 협상결렬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

최후의 시한인 6일 하오 5시까지 EC측이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자 협상결렬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GATT회원국들의 압력에 못이겨 농산물협상의장인 헬스트롬 스웨덴 농무장관이 미국·EC 등 주요국과 사전협의도 없이 부랴부랴 「자기책임아래」 비공식협의 초안을 제시했으나 역시 협상진전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어떻게든 UR협상이 브뤼셀 각료회의에서 타결되어야 한다는 대다수 참가국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한것에 대해현지 통상전문가들은 시기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즉 페르시아만사태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EC회원국들로부터 전비를 지원받고 있는 미국으로서 EC측에 압력을 가하는데 한계가 있고 미국 스스로 서비스시장개방과 관련,항공·해운·기초통신 등 분야를 제외하겠다고 주장해 약점이 잡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총선이 끝난뒤 입장완화가 예견된 콜총리가 새로운 조각문제로 UR협상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고 새로 총리에 취임한 영국의 메이저총리도 국내 문제에 몰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EC의 융통성 발휘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내년 1월 속개합의로 간신히 파국의 위기를 모면한 UR는 장차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그동안 해왔던 관례대로 협상실무진들이 다시 제네바에 모여 미해결분야의 의견접근에 노력할 것이고 이미 거의 합의단계에 이르는 반덤핑·긴급수입규제·비관세문제 등 다른 분야에서 빠른 협상진전이 예상되고 있지만 농산물분야는 원점에서 재출발해야 하는 어려움을 안게 됐다.

이번 브뤼셀 각료회의에서 농산물문제가 전체 협상의 걸림돌이 되었듯이 앞으로의 실무협상에서도 농산물분야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미국과 EC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케언즈그룹과 개도국 등이 서로 엇갈린 이해관계에 얽혀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산물은 이른바 식량안보,농민의 반발,각국의 지역적특성 등 비교역적 요인이 내재돼 있어 쉽사리 양보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의견접근을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난항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다시 연장한 시한안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타결을 보아야 하며 그렇게 되리라는 것이 각국 대표단들의 희망적인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에는 이번 브뤼셀 각료회의가 예기치 않은 소득을 안겨주었다. 우선 크게 걱정했던 농산물의 개방예외인정 요구에 대한 집중포화를 피할 수 있었고 개별접촉을 통해 불가피한 우리의 입장을 주요 국가들에 납득시키는 기회를 갖게됐다. EC의 끈질긴 버팀도 앞으로 우리 농산물시장 개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보다 더 큰 수확은 국민들에게 UR협상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농민스스로 UR라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물결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수확은 브뤼셀에서의 박필수 상공부장관과 칼라·힐스 미 무역대표부대표,모스배커 미 상무장관과의 만남에서 그동안 한미 양국간의 미묘한 현안으로 악화된 통상관계가 서로의 오해를 풀고 다시 우호적인 관계로 복귀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반덤핑·긴급수입제한조치·섬유 등 협상이 타결될 경우 우리에게 유리해지는 분야의 협상이 늦춰짐으로써 수출활로 개척의 어려움을 계속 감수해야 하고 UR타결의 지연에 따라 앞으로 미국의 대한 통상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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