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상임위별 예산안 예비심사에 들어간 국회를 놓고 「정상화」라고 보는 시선은 별로 없다. 흔히 정치쟁점을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한 대치를 펴다가 가까스로 의사일정을 합의했을 경우 이를 분쟁의 매듭이란 의미를 담아 「정상화」로 호칭하는 게 관례. 가뜩이나 회기가 단축된 국회가 또다시 지자제협상에 밀려오다 겨우 활동의 숨통을 튼 것을 두고 국회정상화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이런 범례에서 벗어난 「인색함」이라고는 아무도 느끼지 않는다.오히려 전날 여야 총무의 전격합의를 각 언론이 그저 「예산심의 착수」라고 보도하는 데서,보나마나 겉핥기가 될 것이라는 냉소가 더 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25조1천7백91억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을 불과 10여 일 동안 다루게 됐으니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겠느냐는 시선이 당연할 것이다. 평민당이 내년 예산을 「팽창」도 성에 안차 「초팽창」이라고까지 규정하고 이중 1조5천억원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평민당도,정부도,민자당도 느긋하기가 그지없다.
10일부터 예결위가 본격 예산심의를 한다지만 그래봐야 남은 회기는 7일. 그나마 지자제협상이 타결될 경우에 한해 진행될 수 있게 돼,엄밀하게는 가상에 불과한 실정이다. 때가 되면 예산안 심의지침을 책자로 만들어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하며 야당과의 삭감공방에 대비시키던 민자당이 올해에는 『정부원안 통과가 우리의 지침』이라는 식으로 미동도 않는 자세가 이런 사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평민당도 7일에서야 겨우 삭감액을 제시했을 뿐이다.
법정기일 시비 속에서 8일간 치렀던 초단축 국정감사도 잠정합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명색이 예산국회라는 정기국회가 이틀씩,일주일씩의 의사일정으로 명맥을 유지해가는 올해의 경우는 그래서 의정의 파행사에 또 하나의 신기록을 수립중이다.
10·26사태 직후의 유고상황을 제외하고 헌정사상 최단기간의 예산심의라는 기록까지 더하면,민자당 출범 이후 처음인 이번 정기국회는 신기록 수립에 금메달감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흥미로 치자면 이런 국회를 『하루살이 땜빵국회』라고 키들거리고 나면 그만이지만,깊어도 한참 깊어진 「변칙 불감증」에 그들은 너무 익숙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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