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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맹세 단지등 맹목적 모방(야쿠자가 몰려온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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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맹세 단지등 맹목적 모방(야쿠자가 몰려온다:4)

입력
199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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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잔인한 보복수법 “복사판”/합숙­유격훈련 체계·조직 광역화 도입/일본도가 권위상징… 전신문신 유행도국내 폭력조직이 야쿠자 조직과 밀착돼가면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은 야쿠자 문화의 급속한 확산이다.

막강한 자금력의 지원을 노려 예속적 위치를 자청하며 야쿠자에 접근하는 국내 폭력배들은 어느사이 머리모양 옷차림은 물론 조직내에 예절 등 야쿠자 특유의 풍속을 모방하고 있다. 기업인으로 위장,정치 사회적 기반을 넓히고 잔혹한 보복극을 벌이며 엄격한 규율로 조직을 관리하는 등 국내 폭력조직의 행태는 모두 야쿠자에게서 배워온 것이다.

야쿠자식 폭력행태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오야붕」이라 부르는 두목은 가히 신과 같은 존재로 조직원들은 두목과 조직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바친다는 철저한 생사관을 가졌다는 점이다.

80년대 초부터 한국에 깊숙히 침투한 야쿠자 문화는 오야붕 경호·수입원 확보·잔인한 수법·조직원 훈련·조직의 광역화 등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반성과 참회의 표시로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충성을 다짐하는 야쿠자식 단지도 서슴지 않을 만큼 맹목적 집단으로 변해가고 있다.

『조직과 오야붕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나」라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본 야쿠자 맹세를 그대로 도입하고 있고 오야붕을 10여명이 앞뒤로 따라다니는 인간방탄벽 경호까지 모방하고 있다.

86년 8월 서울 영동 서진룸살롱 살인사건의 장진석파는 조직 범행수법 조직원 훈련과정 등이 일본의 야쿠자와 너무 닮아 경찰이 일본 야쿠자조직의 연계여부를 수사하기까지 했다.

국내 폭력조직의 규모도 과거 지역별로 3∼4개씩 난립하던 양상에서 양대 라이벌 조직체계로 개편되고 전국 규모로 광역화를 시도하고 있는것도 야쿠자조직을 본받은 것. 교류도 상당히 원활해져 소위 전국에서 알아주는 「전국구급 폭력배」의 경우 어느지역을 가도 불편함이 없도록 깍듯하고 정중한 대접을 받는다.

88년이후 국내 폭력계의 천하통일을 위해 일송회의 김항락씨(이리 출신)와 부산 칠성파 두목 이강환씨(47·수배중) 등이 중심이돼 서울,부산,목포,이리,군산,진주 등 전국 규모의 광역폭력단을 조직하려다 견제세력에 의해 무산된 적이 있으며,서방파 두목 김태촌씨의 조직광역화 시도는 잘 알려진 사실.

또 조직원들의 교육을 위해 「합숙훈련」 「유격훈련」 등 가혹한 인내력을 요구하는 갖가지 명칭의 훈련체계가 도입된지 오래이며 최근에는 임무수행부실 등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며 충성을 맹세한다는 뜻에서 새끼손가락을 자르는 야쿠자식 참회방법(단지)까지 등장하고 있다.

손가락을 자르는 참회방법은 야쿠자 세계에서는 보편화 돼있는 것으로 지난 2일과 3일 내한한 야마구치미 소속 야쿠자 가운데는 손가락이 세개가 없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장진석이 일본도 수집광이었듯이 폭력배들은 일본도를 차트렁크 등에 넣고 다녀야 행세를 할 정도로 됐으며 범행수법은 날이 갈수록 야쿠자를 빰칠만큼 잔인해져 가고 있다.

일본도는 원래 일본전통의 사무라이 정신의 맥을 잇는 무의 상징으로 일본에서도 후계자나 양자,의형제 등에게 대물림하고 있다.

지난 10월17일 부산지검에 적발된 신20세기파(두목 안용섭·수배중)일당 5명의 집에서도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든 진짜 일본도가 나와 한일 폭력조직간의 연계수준을 뒷받침 했었다. 한국 야쿠자들의 맹목적인 모방은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야쿠자 세계에서 『죽여 없앤다』는 의미의 『사시미를 뜬다』는 말이 국내에 잘못 도입돼 야쿠자들이 무기로 사용하지 않는 사시미칼을 한국 야쿠자들은 필수품으로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직의 수입원 확보방법도 과거 업소에 푼돈을 뜯어가는 수준에서 속칭 「가스리」라는 보호비징수 수준을 이미 넘어서 직접 오락실이나 주점,유흥가 빌딩임대업 등으로 기업화 단계로 접어들었다. 조직간 교류를 통해 자금지원과 경영기법,투자방법 등 노하우를 교환하기도 한다.

유흥업소에 물수건,안주 등을 독점공급하고 일정수입을 챙기는 수법도 야쿠자식 수입원 확보방법의 하나다.

폭력배들의 복장과 문신도 야쿠자들을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국내폭력배들의 경우 더벅머리나 장발에 점퍼차림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강인한 인상을 주는 야쿠자식 짧은 머리에 검은색 정장차림으로 변하고 있다.

야쿠자 사회에서 이레스미(자청 또는 입묵)로 불리는 문신의 경우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몸의 일부분에 글자나 그림을 새겨 넣었으나 점차 전신에 뱀 용 호랑이 꽃 등을 섞어 새겨넣는 기법으로 변해가는 것도 야쿠자식 폭력문화의 하나로 풀이되고 있다.<부산=최연안·박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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