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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추적의 개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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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추적의 개가(사설)

입력
199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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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기있는 시민정신과 치밀한 경찰수사의 합작으로 근래에 드문 통쾌한 「작품」을 하나 만들어 냈다. 성의를 다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사실이 그대로 입증된 것이다.멀리 영국으로 달아난 뺑소니운전자는 피해자의 동생과 경찰의 집념의 추격에 굴복,귀국길의 김포공항에서 붙잡혔다. 그 동안 한 많은 시일이 7개월을 넘어섰다. 새벽의 횡단보도에서 쓰러진 피해자는 회복불능의 판정을 받은 식물인간이 되어 병상에 누워있다. 범인검거의 낭보가 이 비극 앞에서 무슨 소용이 있으련만,그래도 후련한 결말에 가슴이 벅차다.

윤화 가운데 가장 악질성을 꼽으라면 두말 할 것도 없이 뺑소니이다. 뺑소니의 피해는 개인과 가정을 한꺼번에 파멸시켜 버린다. 가정파괴범과 다를 게 없다. 교통사고의 차원을 넘어선 흉악범죄에 속한다. 그 피해는 물질로나 정신적으로나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게 심각하다.

윤화왕국의 오명이 좀체 씻겨지지 않으면서 뺑소니사고는 늘어만 간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6천2백31건에 사망자가 5백9명이나 된다. 전체 교통사고의 2.4%가 뺑소니인데 사망률은 4%를 차지했다.

수치의 피해는 그렇다 치고,뺑소니 운전의 잔인성이 피해자의 집안을 한 순간에 풍비박산시킨다는 것이 무섭다. 그나마 검거율은 30% 정도에 지나지 않아 피해가족은 경찰의 무성의를 원망하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

뺑소니운전자를 응징하고 이러한 사고를 억제하는 방도는 한 가지뿐이다. 범인을 빨리 붙잡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쉬운 일이 아니다. 순간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목격자가 거의 없다. 사고와 범죄의 발생도 인적이 드문 시간대이다. 그렇다고 쉽사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

눈을 밝히고 찾아나서면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라는 확신을 피해자측이 다짐할 필요가 있다. 경찰수사에만 의지하지 말고 시민자위권의 발동이라는 엄숙한 결의를 갖고 범인을 쫓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뺑소니운전자의 검거를 지켜보면서 경찰에 대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음을 기뻐한다. 피해자 동생의 끈기를 도움으로 경찰이 과학적인 수사를 펼친 결과 범인의 목을 조인 것이다. 특히 인터폴에까지 협조를 의뢰한 당연한 성의는 우리 경찰의 집념의 면모를 국민에게 과시했다고 할 만하다. 대수롭지 않게 보고 넘길 단서 하나를 물고 늘어진 집념은 수사의 본보기로 삼아 주기 바란다.

범죄 퇴치에 시민과 경찰의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번 경우가 잘 드러내 주었다. 도망자가 아무리 날고 뛰는 재간이 있어도 이만한 협력 앞엔 결국 무력하게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운전자들은 더욱 안전에 유념하고 부득이 사고가 난다면 정직하게 자기 얼굴을 내보이는 양식과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숨기고 산다고 그 삶이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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