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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은 많다(한국을 기다리는 소련시장: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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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은 많다(한국을 기다리는 소련시장:하)

입력
199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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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인구·자원 등 장래성 “무궁”/각국서 경협자금 지원 예정 구매력도 커/유통·호텔업 등 유망… 단기 승부욕 버려야소련이 지금 달러화가 부족하고 시장경제체제에 대한 경험이 없어 우리 구미에 착 달라붙는 시장은 아니라 할지라도 길게 보면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요 소비시장이다.

사실 소련이 요즘 돈도 물자도 없는 나라가 됐지만 정말 그런 것은 아니다.

현지 상사 주재원들에 따르면 소련인들은 현재 3천억루블과 20억달러 가량을 현찰로 민간이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 동안 사회주의체제 속에서 정부의 엄격한 통제에 묶여 국민들의 소비생활이 억제되었기 때문에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되었을 뿐이지 경제구조의 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경제구조가 활성화되리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소련은 큰 나라이다.

세계 자원시장의 3분의1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이 나라에 대해 그 동안 우리는 동서 양극체제로 나뉘어진 세계 정치질서 때문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

따라서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실로 무한하다.

소련은 인구 3억의 방대한 시장이며 충분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산업화되지 않은 우수한 기초기술 및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개혁정책이 계속 추진됨에 따라 건설 등 개발수요와 소비재 등의 소비수요의 급증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그 동안 중간투자를 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산업시설이 20년 이상 노후,새로운 시설개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 실제로 모스크바시내에 굴러다니는 자동차는 물론,대부분의 시설물이 지난 5∼10년간 새로 보수한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비록 현재는 연방과 공화국간의 대립으로 인한 정치·경제의 불안정,시장경제로의 전환에 따른 각종 법령·제도 등의 미확정상태,달러 등 경화 부족으로 인한 수입대금 지급지연 및 과실송금 곤란,투자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의 취약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나 소련의 개혁정책은 시장경제체제를 향하여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므로 시장여건은 훨씬 개선될 것은 틀림없다.

특히 지난 5월 GATT(관세무역일반협정) 옵서버 자격을 취득했으며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조치 동참으로 인한 EC(유럽공동체) 및 G7국가의 대소 지지강화 움직임 등으로 인해 서방과의 경제협력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매력도 생각보다 충분하다.

연간 달러화 수입이 2백70억달러 내외에 이르고 있으며 독일에서 2백억달러를 비롯,일본 한국 이탈리아 등으로부터 상당한 액수의 경협자금이 들어올 예정이므로 구매력은 있는 셈이다.

지난 8월부터 소련인들에게도 달러 소지 및 사용을 자유화한 이래 달러화 전문판매상점의 고객 가운데 70%가 소련인들이라는 사실은 바로 이같은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합작투자의 경우 굳이 유망품목을 열거할 필요도 없이 단기간내에 투자금액을 몽땅 회수하겠다는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모든 분야가 가능하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 중에서 딱히 꼽는다면 첫째가 진도모피의 경우와 같이 달러화로 판매할 수 있는 사업을 하는 것이고 다른 분야는 유통업·호텔업·건축업 등이다.

앞으로 외국과의 경제교류가 활발해지게 되면 필연적으로 늘어날 것은 호텔·유통업 등 서비스분야.

더구나 이 부문은 외국인들과의 거래를 통해 달러화 결제가 가능할 것이므로 특히 유망한 업종으로 우리 정부에서도 평가하고 있다.

소련에 주재한 지 1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 한 국내기업 주재원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한국기업의 소련 진출가능성을 점치고 있었다.

소련인들은 기본적으로는 서양보다는 동양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그들은 대외교역도 공식적인 절차보다는 「안면」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은 오히려 동양,특히 한국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관행이다.

서방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이같은 접근방식이 한국사람이나 소련인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당에 길게 줄어 늘어서 있을 경우 서양사람들은 으레 기다려야 하는 줄 알지만 소련인들이나 한국인들은 구태여 줄을 서지 않더라도 보다 「손쉽게」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대부분 알고 있다.

의외로 이같은 점이 대소 진출에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 동안 한국기업들이 소련측과 맺은 여러 가지 합작 프로젝트의 추진과정을 보면 냉철한 경제논리보다는 서로간의 「얼굴」이나 「믿음」에서 다소 「주먹구구식」으로 시작된 경우가 없지 않다는 것이 현지의 시각이다.

하지만 소련시장은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최근 수십 년 간 익숙해져 있던 사회주의체제를 깨뜨리고 시장경제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얼마간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을 뿐이지만 그들도 기본적으로 자급자족경제가 가능한 나라이다.

이 시장에 우리가 들어가서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보다 차분한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섣불리 일확천금을 노리는 속전속결식의 접근은 백전백패일 뿐이라는 것.

지금 소련은 각종 법령·제도·정부조직이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그 진행추이와 결과를 정밀추적·분석하여 국내기업들에 신속히 제공할 수 있는 전문연구상담기구의 설치·운용이 시급하다는 게 소련에 관심있는 많은 기업인들의 바람이다.<모스크바=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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