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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퇴임사/신재민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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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의 퇴임사/신재민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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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하오 3시 서울 서소문 대검찰청 청사 13층 강당에서는 이날짜로 2년 임기를 끝낸 김기춘 검찰총장의 퇴임식이 있었다.과거 대검과 서울지검의 직원들만 모여 조촐하게 치러졌던 관례에 비추어 이날 퇴임식은 전국의 검사장급 이상 검찰 간부 전원과 재경검찰청의 부장검사 이상 등 2백70명이 참석,첫 임기제 총장의 퇴임에 걸맞는 성대한 의식을 갖췄다.

지난 88년 12월6일 『취임사는 발자취로 말하고 퇴임사는 행동으로 말하겠다』는 말과 함께 검찰청사 8층의 총장실에 들어섰던 김 총장은 지난 2년간 교과서적 행동과 빈틈없는 생활태도를 보여 후배들로부터 「미스터 법질서」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퇴임식의 성대함에도 불구하고 김 총장을 떠나보내는 후배 검사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혼자 있을 때 더욱 조심하라는 신독의 자세를 강조해온 김 총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인천 조직폭력배 전과누락사건,대전 조직폭력배와 현직 검사의 술자리 합석사건 등 검찰의 체면에 중대한 타격을 가한 「추문」이 연이어 터져 후배 검사들은 총장 볼 낯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 총장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3분여의 짧은 퇴임사에서도 『정의를 지키려는 검사의 직무는 태산보다 무겁고 크다』며 『이는 말로서가 아니라 반드시 행동으로 지켜나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후배들을 숙연케 했다.

김 총장은 또 단호한 목소리로 후배들에게 『강력한 검찰이 되고 싶은가』라고 질문을 한 다음 곧 『그러려면 높은 도덕률과 탁월한 실력으로 무장하라』고 뼈아픈 충고의 답을 밝혔다.

김 총장이 「충고의 퇴임사」를 하는 동안 대부분의 후배 검사들은 다소 붉어진 얼굴을 들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맨 뒷줄에 서 있던 한 부장검사는 『후배들이 김 총장의 생활태도를 반만이라도 따라간다면 절대 국민들로부터 손가락질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총장의 퇴임사를 마음에 새기고 검사 개개인이 도덕 재무장을 해 범죄와의 전쟁에 나서야만 한다』고 곤혹스러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15분 만에 퇴임식을 끝내고 현관에 내려와 후배들과 기념촬영 후 청사를 떠난 김 총장의 뒤로 보내는 박수 소리는 어느때보다도 컸지만 최근의 사태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으로 검찰청사 분위기는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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