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치과의사협회는 매월 2일을 「자가용 안 타는 날」로 정해 새해 1월2일부터 실천에 들어간다고 한다. 협회 회원인 치과의사는 9천5백여 명에 불과하고 승용차를 소유한 치과의사는 절반에 못 미치는 4천여 명이라니 어찌 보면 그들이 「한 달에 하루 차를 안 굴린다」는 것이 교통난 해소에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자발적으로 벌이는 「무차일」운동에 우리가 거는 기대는 여간 큰 게 아니다. 치과의사들이 중단하지 않고 이 운동을 펴나가고 또 무차일을 늘려가서 다른 민간단체,더 나아가서는 모든 자가용 승용차 보유자들을 호응케 하는 범국민운동의 횃불을 당기는 불씨 구실을 하게 된다면 그 효과야말로 정말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자동차문화가 정착된 선진국에서 보듯이 교통사고를 줄이고 교통난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행정당국의 노력보다는 시민들의 자구노력과 운동에 힘입은 바 크다는 사례가 많다.
미국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시속 55마일(88㎞) 속도제한제도가 등장한 것은 50년 중반부터 중부의 한 시골교회 목사가 외롭게 전개한 운동에서 비롯된 것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당시 미국은 이미 승용차 보유가 인구 4백명당 1대꼴로 한계상황에 달했었고 고속도로는 소위 「프리 웨이」라 해서 제한속도 없이 마구 달리게 해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극에 달했었다.
이를 보다못한 시골 목사가 55마일 속도제한운동을 줄기차게 펴 20년 후인 70년대 중반에 와서는 미국 50개주 중에서 37개주가 55마일 제한속도를 교통법규화했고 미국의 교통사고를 대폭 줄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던 것이다. 이 제한속도제는 그 뒤 서독을 제외한 구라파와 전세계에 파급되기에 이르기까지 했다.
참된 시민운동의 효과란 바로 이런 것이다. 물론 정부 각 부처가 공무원 소유 자가용차에 대한 10부제 운행을 이미 이달부터 실시하고 있는 것도 다소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승용차운행자제운동을 더욱 고대하고 환영하는 것은 수많은 관주도의 운동에서 보듯이 그것은 반짝하고 말기 때문이랄 수 있다.
더욱 절실한 것은 우리의 교통여건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도로의 신설 확장 등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는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장기간을 요할 수밖에 없어,가장 효과적인 교통난해소대책은 자가용 보유 국민들이 「자가용 운행을 가급적 자제하는 길」밖에 없는 지경에 이미 도달해 있는 것이다.
오는 연말이면 전국의 차량보유대수는 3백20만대를 넘어서게 된다. 95년에는 6백50만대선,2천년에는 1천만대를 돌파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처럼 나빠지고만 있는 교통여건과 교통장애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최소한 64조9천억원이란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서 환태평양시대에 대비하는 종합교통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든 안 이뤄지든 간에 교통난 해소를 정부에만 떠맡길 수 없는 것이 우리의 딱한 현실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치과의사협회의 「무차일운동」이 차량보유 국민 모두에게 메아리 지기를 기대하며 적극 찬동하는 뜻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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