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단 업체·종업원수 격감/과소비타고 서비스부문 몰려/사무직 대 생산직 비율 100대 88.6역전/소규모업체 더 심각… “못하겠다”아우성기술문제와 함께 산업기술인력난이 우리산업의 최대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제조업하는 사람들은 인력을 못구해 제조업에서 손을 떼야겠다고 아우성이다. 낙후된 기술을 돈을 주고 외국에서 사오거나 전문연구기관에 개발을 의뢰하면 어느정도 해결할 수가 있는데 부족한 인력은 어떻게 손을 쓸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인들은 기술부족보다는 인력부족현상이 우리 경제를 빈사상태에 빠뜨리게 하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우리경제가 현재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주저 앉는다면 그것은 바로 제조업에서의 인력공동화현상 때문일 것이라고 단언하기까지 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기술 및 기능인력의 부족으로 현저한 생산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 때문에 받아놓은 수출주문마저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견디다 못한 기업들은 아예 공장문을 닫고 사람을 덜쓰고 돈을 벌 수 있는 업종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파출부월급이 더 많아
구로공단에서 작은 공장을 임대,봉제완구를 생산해온 한재삼씨(49)는 공단에서 빠져나간 인력을 확보할 길이 없어 연초 신림동으로 공장을 옮겼다. 부녀자등 달동네의 유휴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한동안 30여명의 부녀자들을 확보,제품을 생산해 왔으나 그것도 석달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봉제완구 생산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파출부나 건설현장의 임금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하나둘씩 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출선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봉제업체에서 납품받아 소액이나마 수출하고 있지만 다른 봉제업체들도 비슷한 실정이어서 말로만 들어오던 해외진출을 생각하는 중이다.
이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인은 한씨뿐만 일리가 없다. 전국에 걸쳐,전제조업에 걸쳐 인력공동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공단의 취업근로자수를 보면 지난 88년을 정점으로 근로자수가 계속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직할공단과 지방공단을 합쳐 종합원수가 지난 87년 62만6백명에서 88년에는 65만9천2백명으로 6.2% 증가했으나 과소비열풍을 타고 서비스업종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지난해에는 2.1% 감소했고 올들어 6월말 현재까지 3%가 다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입주업체수도 89년 4천4백72개에서 올해는 4천4백57개로 15개 업체가 줄어들었다.
특히 8개 직할공단의 경우 올들어 반월·여천·온산 등 3개 공단을 제외하곤 모두 근로자수가 줄어들었는데 3개 공단의 근로자수가 늘어난 것은 공단확장으로 새로운 기업이 입주했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4분기 노동동향분석에 따르면 종업원 10인이상 사업체의 상용근로자중 생산직은 지난 88년 1백71만명에서 89년에는 1백60만2천명으로 10만8천명이 감소했고 올들어 1·4분기에는 1백53만2천명으로 다시 7만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사무직(기술행정 관리직 사무직 판매직 서비스직 등을 모두 포함)은 88년 1백65만6천명에서 89년 1백70만1천,올 1·4분기에는 1백72만9천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직 이탈현상 가속
이때문에 사무직에 대한 생산직의 비율도 88년에는 1백대 1백3.3으로 생산직이 우세했으나 89년부터 역전돼 올 1·4분기 현재 1백대 88.6으로 생산직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같은 생산직이탈현상은 사무직과의 임금격차,화이트 칼라직종에 대한 높은 선호도로 인한 생산직에의 취업기피현상도 작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최근의 과소비로 인한 서비스부문의 고용확대가 생산직인력을 대거 흡수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별로 전체 상용근로자수의 변화추이를 보면 생산직이탈 현상은 확실히 드러난다.
제조업의 경우 88년 2백19만5천명에서 89년 2백11만명,올 1·4분기에는 2백5만4천명으로,광업이 88년 6만5천명에서 89년 6만8백명,올 1·4분기에는 5만9천명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인데 반해 서비스업은 88년 26만8천명에서 89년 27만5천명으로 늘어난 것을 비롯,금융보험업 건설업 운수창고업 전기·가스업종의 상용근로자수는 계속 늘고 있다. 도·소매·음식·숙박업의 경우 올 1·4분기에 상용근로자수가 2.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주로 종업원 10인이하의 사업장에서 인력을 흡수하고 있거나 일일고용 형태로 취업해 상용근로자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노동연구원의 분석이다.
상공부가 올들어 5월까지의 취업동향을 조사한 자료에서도 서비스산업이 이농인력은 물론 제조업에 종사하는 인력을 빼앗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서비스산업의 종사인력은 68만7천명이 늘어 7.7%의 증가세를 보인 반면 제조업등 광공업종사자는 2.5%인 12만2천명이 줄어들었고 농림·어업인구도 0.2%인 6천명이 줄어들었다.
서비스부문 가운데서도 제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금융·통신·운송 등 기업수요의존형 서비스부문보다는 오락·음식·숙박 등 최종수요의존형 서비스부문에 인력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섬유부족률 58.5%
제조업분야의 인력난은 전업종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중소제조업체에서 특히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가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89년말 현재 중소제조업의 기술기능인력은 모두 1백37만8천3백35명으로 이중 5.5%가 기술직에,94.5%가 기능직에 종사하고 있는데 기술직 인력은 2만2천3백4명이 부족,부족률이 29.3%에 달하고 기능직은 19만8천3백82명이 부족해 부족률이 15.2%에 이르고 있다.
같은 중소기업이라 하더라도 소규모기업이 중규모기업보다 인력부족이 심각하다. 중규모기업은 전체인력의 부족률이 12.9%,기술직부족률은 26.3% 기능직부족률은 12.0%로 나타나고 있으나 소규모기업의 경우 전체 인력부족률이 28.5%,기술직부족률이 58.9%,기능직부족률이 27.7%로 인력부족률이 중규모기업의 2배를 넘고 있다. 즉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인력확보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산업별 인력부족률을 보면 기술직의 경우 섬유가 58.5%로 가장 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고 기계(38.6%) 화공(33.4%) 전기·전자·통신(28.9%) 금속(27.2%) 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기능직의 경우는 조선이 20.3%로 가장 높고 기계(18.3%) 섬유(14.6%) 전기·전자·통신(14.1%) 금속(13.4%)의 순이었다.
그러나 이통계는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 기업들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인력난으로 생산라인을 줄이고 수출오더도 취소하는등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동남아근로자 고용
완구업계의 경우 인력난으로 납기차질은 물론 생산감소로 수출물량도 30%정도 줄어들고 있다. 오로라사의 경우 납기가 한달이상 지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크리스마스시즌을 겨냥한 수출주문의 35%가 취소되었다.
한때 수출유망품목으로 평가받던 금속제 양식기업계도 인력난의 심화로 하반기들어 정상조업을 못해 20%안팎의 수출감소가 불가피해졌고 올해 수주가 쇄도한 조선도 건조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처럼 인력난이 갈수록 악화되자 일부기업들은 단속을 무릅쓰고 동남아국가의 저임금근로자들을 불법취업시키거나 최근 우리나라 방문이 잦은 중국교포를 임시로 고용하는등 편법을 쓰고 있으나 인력난해소에 별도움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인력난으로 제조업이 주저앉고 우리경제도 가라앉고 말 것인가. 왜곡된 인력수급구조를 바로 잡아 서비스부문으로 빠져나간 인력을 제조업으로 되돌리는 일이 정부가 해야할 가장 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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