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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우리의 지상과제/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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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우리의 지상과제/곽수일 서울대 경영대교수(경제진단)

입력
1990.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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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조 부문을 통한 진흥정책을얼마전까지 태국의 방콕을 여행하면 우리나라 부인들이 관광호텔에서 아침뷔페를 먹으며 떠들썩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마치 선거철에 온천의 어느 여관을 방불케 하는 것이다. 즉 처음 여행나온 듯한 부인들이 식당이 떠나 갈듯 크게 떠들며,음식그릇을 들고 우왕좌왕,닥치는 대로 접시에 음식과 과일을 올려 놓는다. 어떤 부인은 바나나가 비싼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아예 몇개를 손에 들고 나가는 사람까지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우리를 교양없는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광경을 옆에서 보면서 오히려 새로운 감회도 떠오르고,이것이 바로 아름다운(뷰티플) 코리안이라는 생각에 빠진 적이 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우리가 가난하게 살면서 외화부족으로 해외여행은 꿈도 못꾸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저렇게 촌로·촌부까지의 외국에 와서 신나게 떠드는 것을 보니 새삼 우리의 발전과 국력신장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우리 국민들이 해외여행하며 떠들 수 있었던 것은 우리 경제가 해외관계에서 수입보다 수출을 많이 하여 무역흑자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무역수지는 정부수립 이후 1985년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하였다. 그러던 것이 1986년에 42억불의 무역흑자를 시작으로 하여 작년까지 4년간 무역흑자를 달성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이제는 수입보다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가 되었고,즐겁게 해외여행도 할 수 있게 되었으며,우리 기업도 그동안 국제경쟁력을 획득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금년에 들어와서 무역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서더니 지난 11월말까지 무려 55억 5천만불의 적자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반면에 외국의 경우 일본은 지난 40년간 지속적으로 무역흑자를 보이고 있고,우리와 같은 신흥공업국인 대만,싱가포르,홍콩 등도 모두 무역흑자를 계속하고 있다.

결국 우리만 5년만에 다시 무역적자국으로 전락된 것이다. 이렇게 금년 들어와 유독 우리만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는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즉 바로 이러한 우리 경제의 구조적 약점이 우리 경제를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국제경쟁에서 일시에 열세로 돌아서는 우스운 종이 호랑이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따라서 이는 앞으로 우리의 지상과제가 수출이고,수출을 통하여 무역흑자를 이루는 것이라고 할 때 우리의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하겠다.

여기에서 이제까지 우리 정부의 수출진흥정책을 보면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수출과 관련된다면 무조건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결과는 수출지원이라는 명목하에 대기업이 대부분의 수출금융 등의 혜택을 입었다. 또한 대기업이 수출에 있어서 큰 몫을 한 것으로 해석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에 제출된 경제학 박사학위 논문을 보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을 지원하여 수출을 촉진하겠다는 정책은 당위성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 논문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무역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수출에서 더 능률적이고 수출업적도 이루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기업은 이제까지 중소기업이 만들어낸 제품을 종합상사의 조직력이나 기타 운영상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외국에 유통시킨 것이고,이를 대기업의 수출실적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따라서 앞으로 수출을 진작시키기 위하여 대기업의 제조부문을 지원하는 것은 합리적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 제조부문의 지원은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을 가속화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대기업으로 하여금 외국시장에 대한 수출보다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내수시장에 초점을 두게 하도록 유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이제까지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던 논리를 증명하여 주는 것으로 우리의 수출진흥정책에 새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이제까지 수출이라면 규모에 관계없이 지원정책을 수립하던 것을 이제부터는 범위를 축소하고 효과와 능률을 고려하여 수출진흥정책에 의한 지원이 중소기업 제조부문에 집중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수출진흥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도 이중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지상과제인 수출과 무역흑자를 달성함으로써 우리 경제를 다시 성장의 궤도에 올리고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첩경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일 우리나라가 다시 무역수지를 흑자로 돌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동남아에서 떠들며 즐기는 우리의 촌로·촌부를 보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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