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계기 독일 극적변화」기대 어긋나/“어쨌든 타결해야”원칙만 합의【브뤼셀=방민준특파원】 우루과이라운드 협상타결을 위한 브뤼셀각료회의가 벽두에서부터 난항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회의가 열리기전부터 『이번협상이 UR의 마지막협상이며 결코 연장회의는 없을 것』이라며 던켈 GATT사무총장과 칼라·힐스 미USTR대표등 선진국대표들이 긴박한 막후협상을 벌여왔으나 회의 3일째를 맞는 4일 현재까지 이렇다할 타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은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특히 독일총선에서 집권당인 콜총리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둠으로써 농산물협상에서의 극적인 진전을 기대했으나 4일 현재 공식·비공식회의에서 독일의 입장은 물론 EC의 입장이 조금도 완화되지 않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칼라·힐스 미무역대표부대표도 사석에서 『독일 총선결과에 대해 별로 기대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 독일을 비롯한 EC와의 막후접촉이 신통치 않았음을 암시했다.
브뤼셀 각료회의가 개막된 지난 3일 보두앵 벨기에 국왕과 마르텐스총리의 의례적인 인사에 이어 미국·EC·일본·아세안 등 12개국 수석대표의 연설내용도 자국의 입장만을 되풀이,제네바에서의 실무협상이나 브뤼셀에서의 막후접촉이 아직은 아무런 성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칼라·힐스 미 무역대표부대표는 기조연설에서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회의는 최종협상이며 더이상의 연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각국대표들도 보다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를 바탕으로 협상타결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힐스대표는 또 농산물협상과 관련,국내 보조금감축·시장접근개선·수출보조금감축 등에 대해 각국이 구체적인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미국으로서는 시장개방을 위한 협정만을 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EC 대외집행위원인 안드레센은 기조연설에서 『유럽은 지난 86년 우루과이의 푼타델에스테에서 선언한대로 시장을 개방하고 농산물보조금의 30%감축을 꾸준히 실천해 오고 있다』며 『EC국가는 UR정신에서 한발짝도 물러선 적이 없다』며 미국측의 공세를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또 아세안을 대표해 발언한 인도네시아 통상장관은 개도국들이 농산물과 섬유협상의 타결없이는 UR타결이 어렵다고 믿고 있다며 특히 농업보조금의 감축을 통한 농산물교역의 자유화를 주장,농산물수출국의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일본은 무역대국이란 입장에서 GATT규정·분쟁해결절차·긴급수입제한 문제를 먼저 거론하고 서비스등 신분야와 농산물 문제는 연설의 맨끝으로 돌림으로써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일본은 농업보조금 감축문제자체를 언급하지 않고 『전세계 최대농산물 수입국가로서 농산물협상이 합의에 도달하도록 적극 참여하겠다』는 방관자적인 발언을 했는데 이는 미국과 EC간의 싸움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협조를 구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임을 암시했다.
한편 박필수 상공부장관은 4일 상오에 있은 기조연설에서 『농산물에 관해서는 무역측면만을 고려해서 다뤄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으며 사회적,정치적,지역적 측면에 따른 중요한 비교역적 관심사항이 고려되어야할 것』이라고 우리의 입장을 재천명했다.
즉 한국의 농촌현실과 구조조정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위해 쌀 등 일부품목은 시장개방대상에서 제외하고 개방유예기간과 이행기간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각국대표들이 기조연설에서 『이번 회의에서 UR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는 총론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각분야별로 들어가서는 극심한 이견을 드러내고 있어 협상진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기조연설에서 뿐만 아니라 하루에 10여차례 이상씩 열리고 있는 공식·비공식접촉에서도 「구름잡는 식」의 막연한 원칙에 합의하는 수준이상의 의견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칼라·힐스 대표나 던켈사무총장이 회의개막전부터 강조한대로 『UR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대한 위기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느낌이다.
각국대표들이 협상의 구도를 그리기 위해 계속 공식·비공식 접촉을 갖고 있어 아직 협상의 성패여부는 속단하기는 어렵다. 각료회의 종료까지는 3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 사이에 정치적 절충에 의한 원칙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원칙합의에는 이른다해도 구체적인 분야에서는 여전히 쟁점사항들이 상존,실무협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통상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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