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독·의전 벗어나 치밀한 업무 정평/총리회담서 정치학 박사 실력발휘/“물러날때 중요”… 최근 사의표명설○…강영훈 국무총리가 5일로 취임 2주년을 맞게 됐다. 이로써 강 총리는 정일권,김종필 그리고 최근의 노신영 총리에 이어 몇 안 되는 「장수총리」로 기록되게 됐다.
강 총리의 2년은 청문회 정국에서 시작,노사분규 3당통합 북방외교 진전 등 격동의 상황을 겪으면서 내각을 안정적이고 일사불란하게 통할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초 한때 소여의 정국상황에서 「실무총리」로 평가절하되기도 했던 강 총리는 당시 사회 각계에서 분출된 「자기몫 찾기」 목소리를 적절히 조절했으며,이와 관련해 법질서 확립의 풍조를 착근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담당해 그를 향한 시선을 예사롭지 않게 만들었다.
또한 남북 관계개선의 실마리로 기대되고 있는 남북총리회담에서 정치학 박사로서의 전공을 유감없이 발휘,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특히 한소 수교로 상징되는 북방정책의 큰 틀을 노태우 대통령이 진두지휘했다면,그는 그 연장선상에서 남북총리회담을 대과없이 치르는 가일수를 했다고 볼 수 있다.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강 총리는 법질서 확립에 최우선의 비중을 두어 취임 이후 지금까지 총 2백45건의 법률을 개폐하거나 제정했고,6백21건의 대통령령도 보완했다.
강 총리 2년 재임기간중 또 한 가지 두드러진 점은 그가 대민 접촉에 남달리 애써왔다는 것이다.
그 동안 국무총리가 전국을 돌며 지방관리들을 대상으로 하던 「안보정세보고회」 대신 「국민과의 대화」를 새로 만들어 각계 각층의 보통사람들과 만나,정부시책을 설명하고 그들의 고충을 들어왔다.
특히 행사지역이 울릉 무안 창원 충무 등 그 동안 유력정치인이나 장차관 등 고위공직자의 방문이 뜸했던 곳이라 강 총리의 방문 자체가 지역주민에 큰 위로가 됐었다.
○…강 총리의 내각통할 스타일은 실무적이고 치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대다수 총리들이 「대독이나 의전」에 머물렀으나 그는 스스로 일을 찾아서 챙겨왔다.
과거에는 주요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총리실은 들러리에 불과했으나,강 총리는 꼬박꼬박 보고를 듣고 행정조정실로 하여금 관계부처간 이견을 조정케 하는 등 총리실을 총괄기관으로 변모시켰다.
업무추진에서 뿐만이 아니고 국무회의,각종 관계장관회의에서도 그는 미리 관련업무를 소상히 파악하고 회의분위기를 이끌어가는 한편 위계질서에 어긋나는 행동이나 적당주의 태도에 대해서는 꼭 일침을 가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관가에서는 강 총리를 「실세총리」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처럼 강 총리가 「힘」을 갖고 내각을 통할할 수 있게 된 데는 1차적으로 노 대통령의 신임과 권한 이관 때문에 가능한 것이긴 하나 강 총리 개인의 소신과 노력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것이 관가의 지배적 의견이다.
또한 주변에서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사심없는 업무자세를 갖고 있는 점도 자신감있는 내각통할의 원천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강 총리 2주년을 둘러싸고 떠오르는 또다른 관심은 그의 유임여부.
그 동안 내각을 효율적으로 이끌어왔고 앞으로 계속될 남북총리회담의 적임자이며 특별한 흠결이 없다는 이유에서 유임론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자제·총선 등으로 정치소용돌이가 밀어닥칠 내년 정국의 특수성을 감안해 「정치총리」로 교체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치정국일수록 행정의 안정성이 요구되고,또 지난 2년이 3당통합,북방정책 진전 등으로 그 어느 시기보다도 격동기였기 때문에 내년 정국에서도 강 총리 내각이 적합하리라는 분석도 설득력있게 퍼지고 있다.
강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용퇴를 높이 평가하면서 『지도자는 나아가는 것보다 물러날 때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또 『총리를 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었다』고 「순리론」을 피력하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임명을 통보받은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 지났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한 측근은 이러한 총리의 언명과 관련,『강 총리가 최근 노 대통령에게 물러날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어찌됐건 그의 재임 2년은 화려하고 두드러진 성과는 딱 집을 수 없다 해도 대통령의 「내조자」로서 소리 안 나게 행정부를 잘 이끌어왔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할 수 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