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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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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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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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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역대 국회 가운데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을 받았던 것은 어느 국회였을까. 아마도 제헌국회라는 데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헌법제정 등 신생독립국의 산실이었던 제헌국회에서 요즘 말하는 「사심과 욕심」 등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다. ◆중앙청 중앙홀을 의사당으로 썼던 당시 의원들은 한 달 하숙비도 안 되는 쥐꼬리 만한 세비를 받고 전차나 낡은 통근버스로 출퇴근했지만 어느 누구도 불평이 없었다. 의원들은 점심 때면 가까운 통의동시장의 밥집이나 청진동 개천가 빈대떡집에서 막걸리를 곁들여 점심을 들었지만 모두가 새나라를 건설해야 한다는 뜨거운 애국심으로 충만했었다. ◆헌법 국회법 정부조직법 등을 심의하는 도중 의견대립으로 교착될 때마다 긴 수염에 한복차림인 노 의원들이 『일제와 싸우다 순국한 숱한 선열들의 애국정신을 본받아 한 발짝씩 양보하자』고 즉석 열변을 하면 회의장은 숙연해지고 모두가 박수로 의견을 조정해나갔다. ◆제헌국회를 고비로 의원들이 여야와 계파로 갈리고 또 권력과 재물에 대한 사욕에 기울어 정쟁과 이권에 몰두하면서 국민의 신뢰와 존경심은 내리막길로 치달아 오늘날은 바닥에 이르렀다. 따라서 위약과 직무유기를 밥 먹듯 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정도가 어떠한가는 긴 얘기가 필요없을 것이다. ◆때마침 프랑스에서 실시한 정치인들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조사는 우리의 눈길을 끌고 있다. 프랑스의 유력주간지인 「누벨·옵세바퇴르」가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상대로 각 직업에 대한 값어치와 신뢰도를 확인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먼저 가장 무책임한 직업집단으로 정치인­국회의원(44%)과 고위관리(32%)가 꼽힌 것. 또 직업별 사회공헌도 조사에선 정치인과 고위관리가 창녀와 함께 최하위임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정치인과 고위관리들에 대한 불신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보다는 훨씬 앞선 선진민주국가의 정치인으로 열심히 일했으면서도 그 정도의 점수였는데 우리 정치인들의 경우는 어느 정도인지 조사를 안 해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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