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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민주화 「과거청산」갈등 표출/메넴정권에 첫 군부반란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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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 민주화 「과거청산」갈등 표출/메넴정권에 첫 군부반란 안팎

입력
1990.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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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목적 아닌 “단죄 중지”요구/대 군부 미온탈피 대수술 예상지난 3일 하룻만에 막을 내린 아르헨티나 일부 군인의 반란은 경제적 난관과 사회계층간의 동질화회복 등 숱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카를로스·메넴 대통령정권하에서 발생한 최초의 군부 실력행사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비록 군 내부의 극우파세력 3백∼4백명이 주동이 됐고 봉기의 목적이 정권 전복보다는 군 명예회복과 지도부 개편이었으며 게다가 단막극으로 끝났다고는 하지만 지난 7월로 취임 1주년을 보낸 메넴 대통령과 군부와의 「밀월기간」이 종말을 고했다는 신호탄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55년부터 83년까지 9차례나 되풀이됐던 쿠데타와 그에 따른 군부 독재공포정치에 식상해온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는 아픈 상처를 되새기게 하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이번 사단의 직접적 배경은 반란군들이 시정사항으로 요구했던 군의 위신회복 문제이다.

「추악한 전쟁」으로 불렸던 과거 군사독재기에 근원을 둔 이 문제는 알폰신에서 메넴으로 이어지는 민선정부에는 사회화합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과거청산」작업이었지만 동시에 「아킬레스건」이기도 했다.

역대 군사정권시 7천여명의 반정부인사를 「좌익」으로 몰아 처형한 죄와 맹목적 애국심을 조장시켜 국민생활을 도탄에 빠지게 한 말비나스(포클랜드)전 전범 책임을 물어 민간정부는 이들 군부지도자를 「단죄」하기는 했으나 군부의 입김으로 국민열망에 비해 미온적 태도를 취해온게 사실이다.

오히려 군부와의 팽팽한 줄타기를 해온 알폰신정권은 3번 연속의 불발쿠데타로 정권을 메넴에게 조기 양도하고 말았다.

지난해 7월 61년만에 민선정부간의 평화적 정권교체라는 세계적 관심을 모으며 집권한 메넴에게도 이 문제는 여전히 머리의 혹으로 남아 있었다.

이번 반란의 주모자들이 과거 알폰신정권때부터 쿠데타를 일으킨 「상습범」이라는 점도 메넴의 고민을 짐작케 한다.

말비나스전에 종군한 특전단 등 군부 엘리트의식에 젖은 「카라핀타다」(위장칠을 한 얼굴)로 불리는 이들은 군의 위신을 실추시키는 과거 단죄중지와 군지도자 사면을 계속 요구해 왔다.

또한 정부의 예산적자를 줄이기 위해 진행중인 군 예산절감등 대대적 개편작업에서 오는 불안감과 열악한 근무조건도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페르시아만 다국적군에 파병을 결정,과거의 적인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자존심에 먹칠을 했다」는 불만도 한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메넴 대통령은 매우 곤혹스런 위치에 처해 있는 형편이다.

군부에 대한 국민의 악감정을 무마시켜야 할 형편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경제적 위기해결을 위한 군부의 개편작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페만 파병결정만 해도 경제회복에 없어서는 안될 외국 자본유치·차관도입을 위해 취한 조치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갖는 의미를 군부의 「작은」목소리 보다는 메넴이 처한 가히 폭발적인 경제상황에 맞춰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임자로 부터 6백억달러의 외채와 살인적 초인플레,연간 1백억달러의 재정적자 등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취임한 메넴은 초기 아우스트랄화의 평가절하·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의욕적 비상경제조치로 어느정도 경제회복의 청신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만성적 인플레에서 파생된 아우스트랄화의 천문학적 폭락은 통화발행 중단­임금지불 정지­세금미납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급기야 89년 연간 4천%에 육박하는 살인적 인플레,외채이자 상환무기연기에 따른 국제신용 급락의 경제적 위기상황을 초래해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는 메넴정권에는 엎친데 덮친 격의 충격이자 다시한번 아르헨티나를 쿠데타의 심연에 빠뜨릴 우려마저 낳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낙관적 관측도 있다. 첫 민정이양 과도정부 성격이었던 알폰신 전 대통령 정권하에서 일어난 3차례의 쿠데타가 불발로 끝났고 이번 반란도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오히려 이번 기회를 군이 전면에 나설 불안요인을 완전히 뿌리뽑을 절호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어느정도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내고 있는 메넴정부가 그간 군부와의 민감한 관계를 우려,선뜻 내밀지 못했던 메스를 휘둘러 환부를 도려낼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 사태는 메넴정권에는 단기적으로 타격이 되겠지만 아르헨 장래에 있어서는 군부 준동에 쐐기를 박는 역할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윤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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